조폭 영화가 따로 없다는 한 익명 커뮤니티 글 하나가 촉발한 문제의식이 있다. 자신의 직장 경험을 토대로 쓴 이 글은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관계가 영화 속 폭력 조직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정 업계나 신분층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의 기준이 한 번 뒤바뀌면 어디서나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 더 생각해볼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가 묘사하는 메커니즘은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자신의 뜻을 실행해줄 누군가를 찾으면, 그 사람에게 자리나 이권을 나눠주는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상받은 사람은 상급자의 뜻을 앞장서서 실행한다. 그것을 목격한 다른 사람들도 같은 방식으로 줄을 선다. 결국 조직 내에서 상급자의 지시를 가장 충실하게 실행하는 사람이 가장 큰 보상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성립한다. 이는 공적 성과에 대한 평가가 아닌, 오직 상급자의 의중을 먼저 읽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만 인정받는 구조를 의미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드러난다. 조직은 명목상 "능력만 본다"는 원칙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 능력의 정의가 본래의도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으로 보인다. 공적 성과나 전문성, 팀 기여도 대신, 윗사람의 의도를 가장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가장 확실하게 실행하는 능력이 진정한 "능력"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능력 기준이 뒤바뀌는 것을 넘어, 능력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가 조직 내에서 왜곡된다. 글쓴이의 지적은 이 지점에서 더욱 예리해진다.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온 사람과 조직의 의중을 재빨리 읽고 앞장서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후자가 지속적으로 보상받는 구조 속에서, 전자의 노력은 어떻게 평가될까. 글쓴이는 여기서 더욱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성실함이 보상받지 못하는 시스템 속에서, 누가 진정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성실히 일하려는 의욕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박탈감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정당성이 흔들릴 때 비로소 생기는 더 깊은 질문인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글쓴이가 이 구조를 단순히 "불공평하다"고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것이 정말 능력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상급자의 뜻을 앞장서 실행하는 것이 정말 조직이 필요한 능력일까. 아니면 조직이 착각하고 있는 능력일까. 글쓴이의 분노와 실망은 이 지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이 촉발하는 감정은 단순한 박탈감을 훨씬 넘어선다. 능력의 기준이 한 번 뒤바뀌면, 그 조직의 신뢰 체계 전체가 동흔다. 글쓴이의 표현을 빌리면, "참담함"은 자신이 보상을 못 받은 아쉬움이 아니라, 그러한 구조가 의도적으로 유지되고 또 반복된다는 사실 자체에서 비롯된다.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 그곳에서의 모든 노력이 의미를 잃는다는 깨달음인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손실보다, 조직이 잃는 것이 더 크다는 점을 글쓴이는 조용하지만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 원문 발췌
묵묵하게 꾸준하게 열심히 일해봐야 그냥 줄 잘 서고 청부 받은 대로 하는 놈이 보상받으면 누가 국민을 위해 열심히 하려고 하겠습니까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