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에선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일종의 '변신 시즌'이 펼쳐진다. 추석이나 설을 앞두고 며칠 휴가를 내린 팀원들이 돌아오면, 누군가는 눈이 또렷해졌고, 누군가는 코가 매끈해졌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얼굴이 한층 더 윤곽이 살아났다. 처음엔 "아, 쉬니까 좋아 보이네"라고 넘어갔는데, 이게 매번 반복되자 팀 전체에 소문이 생겼다.
'우리 팀은 명절마다 성형하고 온다.'
동료들이 농담처럼 내뱉는 그 말이 참 우습기도 하고, 어디까지 사실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의 패턴을 보면 정말 놀랍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팀원 다수가 장기연휴 때마다 다른 부위를 손본다는 게 팀의 특징처럼 자리 잡았다. 저번 설에는 누군가 눈과 코를 동시에 받았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눈만 집중적으로 수술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눈밑지방을 빼는 사람, 입술을 다듬는 사람…. 시간이 지날수록 팀의 '외모 개선 루틴'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지 느껴진다. 심지어 어떤 동료는 "연휴 동안 뭘 해?"라고 물어보는 질문이 이제 암묵적으로 "어디를 손봤어?"라는 의미로 통한다는 농담까지 나온다.
그런데 이번 추석엔 내가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눈밑지방을 빼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우리 팀을 "외모정병"이라고 부르는 동료들의 말이 떠올랐다. 분명 그때만 해도 자신이 그 '정병'의 일원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남의 일처럼 웃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술을 받고 직장에 복귀하는 그 며칠을 버티려면, 추석 휴가라는 회복 기간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 순간 나는 비로소 팀원들의 선택이 얼마나 현명했는지를 이해하게 된 셈이다.
명절과 장기연휴가 성형 시술의 최적 타이밍이 되는 데는 현실적 이유가 있다. 눈밑지방 흡입, 눈 수술, 코 성형 같은 시술들은 시술 후 며칠간 붓기와 멍이 남는다. 그런 자국이 완전히 빠지려면 최소 2주 이상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마스크로 계속 얼굴을 가린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계속 마스크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동료들의 질문에 계속 둘러댈 수도 없다. 하지만 명절이나 설, 추석 같은 5~10일대의 장기연휴는 다르다. 이 기간 동안 점진적으로 부기가 빠지고 멍이 옅어지고, 조직이 초기 안정화되는 과정을 조용히 거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 팀이 명절마다 성형하는 게 아니라, 명절이 성형을 하기에 가장 합리적인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시간을 내기보다, 이미 정해진 휴무에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회사 일정과 맞춰서 자연스럽게 회복 기간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팀 전체의 '명절 성형 문화'는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 꽤 똑똑한 선택처럼 보인다.
돌아보니 동료들이 자신들의 시술 일정을 굳이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도 이해가 간다. 이건 미적 집착이나 외모 강박이 아니라 직장인이 현실적으로 마주한 시간과 회복의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너도 했어?"라고 물었을 때 "응, 명절이 딱 적기더라"라고 대답하는 태도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회복 시간이 필요하면, 그걸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명절은 그 기간이다.
결국 이번 추석 이후로 나도 우리 팀의 '성형중독' 대열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누군가 "너도 추석에 뭐 했어?"라고 묻는다면, 더 이상 남의 일처럼 웃으며 넘어갈 수 없다. 이제 나도 그 시즌의 일원이니까. 팀 전체가 공조하는 이 '회복 타이밍 활용법'의 명백한 증거가 내 얼굴에 남아 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명절에, 혹시 다른 팀원이 새로운 변화를 가지고 올 때도 더 이상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을 듯하다.
📌 원문 발췌
매번 명절이나 연휴만 되면 성형하고 온다고, 저번에는 누가 눈코하고 오고 누구는 눈하고 오고 우리팀 왤캐 외모정병임. 근데 나 이번 추석에 눈밑지함.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