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개발자의 경험담이 올라왔다. 9년 전 사업의 빚을 다 갚고, 이제는 조용히 평범한 삶을 살겠다 다짐했던 그가, 다시 창업의 길로 나선 이야기였다. 계기는 AI 열풍이었다. 뭔가 만들어서 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은 희망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열심히 이것저것 만들었지만, 정작 쓰는 사람이 없었다. 다른 창업 개발자들도 분명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던 그 시점. 그때 반전이 찾아왔다.

퇴근한 아내가 한 말이었다.

아내는 회사에서 교육용 노트북 10대 이상을 관리하고 있었다. 매일 겪는 비효율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얘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웹사이트를 하나하나 접속해야 하고, 교재 세팅을 반복해야 하고. USB도 요즘은 잘 안 들고 다니는 시대인데, 그럼에도 파일을 공유하는 방법은 여전히 번거롭다는 불평이었다.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간단한 말이었지만, 그 순간 개발자의 눈이 반짝였다. 기획서가 아내의 일상 불편이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밤을 꼬박 세우며 만들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아침에 완성된 서비스를 아내에게 보여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점심이 됐다. 문자가 왔다.

아내의 칭찬이었다. 최근 몇 년간 들어본 적 없는, 진심 어린 감탄사였다.

만든 서비스는 ***다. 같은 와이파이에 연결된 기기들 간에 파일, 사진, 메모를 바로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능 자체는 단순하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교육 현장처럼 USB도 쓰지 않고, 다중 기기를 동시에 세팅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실질적인 수요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나 교육 현장에도 유사한 서비스들이 존재하지만, 이 개발자는 자신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찾는 것이 과제라고 느끼고 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많은 1인 개발자들이 기술 중심으로 서비스를 설계한 뒤, '누가 쓸 건가'라는 벽에 부딪힌다. 반면 이 경우는 순서가 거꾸로였다. 실제 사용자의 구체적 불편함을 먼저 들었고, 그걸 기반으로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요가 기술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불편에서 나온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주 화요일에는 창업진흥원의 재도전 사례 발표에 올라간다고 한다. 처음엔 스팸함에 잠들어 있던 메일이었다가, 마감 시간을 코앞에 두고 발견했다고. 밤새 발표 자료를 만들어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5월에 회사를 나온 뒤로 줄곧 수요 없는 서비스만 만들고 있던 그가, 이제 누군가 "정말 잘썼다"고 말해주니 개발하는 맛을 다시 느낀다는 후기다. 불편한 현실이 최고의 기획서가 되는 순간. 그걸 가장 가까운 사람의 한마디에서 발견하는 순간. 그게 바로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아닐까.


📌 원문 발췌

아내가 회사에서 교육용 노트북 10대 이상을 다루는데, 웹사이트 접속부터 교재 세팅까지 번거롭다고 했어요. 최근 5년간 이렇게 진심 어린 칭찬은 처음 들어봅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