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5시 45분, 첫 눈을 떴을 때부터 하루는 이미 정해진 궤도 위에 있다. 준비 시간을 거쳐 6시 45분 버스에 올라타고, 7시 40분에 첫 번째 이동을 마쳤다가 8시에 다시 환승한다. 이동 과정 자체가 일의 연장처럼 느껴진다. 8시 15분, 회사 문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저녁 6시 퇴근까지 약 10시간을 일로만 채운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할 때는 밤 8시. 그리고 11시면 내일을 위해 눈을 감는다.

이 루틴을 정확히 숫자로 환산하면 일상의 구조가 더욱 명확해진다. 수면 8시간, 출퇴근 왕복 2시간 30분을 빼면 남은 시간은 겨우 13시간 30분인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일하는 시간이 약 10시간이므로, 진정으로 자유로운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가 전부다. 밥을 먹고, 씻고, 옷을 입고, 가만히 앉아 호흡을 고르고, 내일을 준비하는 모든 활동을 이 좁은 시간표 안에서 끝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여유라는 개념은 처음부터 없는 것으로 보인다.

통근 시간이 왜 중요한가. 차 안이나 지하철 좌석에서 보내는 그 2시간 30분은 단순히 '이동'이 아니다. 그것은 아침에 몸을 깨우는 시간, 저녁에 하루를 정리하지 못하는 시간인 것으로 보인다. 출근할 때는 아직 정신이 덜 깬 상태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퇴근할 때는 피로에 절어 집으로 돌아간다. 그 이동 시간 동안 식사를 하거나 취미를 즐기거나 친구를 만날 여유는 없다. 단지 시간을 소비할 뿐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조각난 일상 속에서 저녁 끼니는 더 이상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필연이 되어버렸다. 닭가슴살, 연두부, 두부, 메밀면 같은 음식들로 저녁을 때우게 된 것을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는 이를 '영양관리 의지'의 결과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의 맥락에서는 다르다.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는 뜻에 더 가깝다. 일어나 회사 가고 일하고 집에 돌아오는 그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무거운 음식을 먹을 에너지 자체가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가장 간편한 것, 소화하기 쉬운 것으로 빠르게 몸을 채워넣는 방식이 자동화된다. 이는 의도적인 다이어트가 아니라, 피로한 몸이 자동으로 선택하는 식사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살은 분명 빠졌다. 체중계의 바늘은 움직였다. 외형적 성과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것이 이 글의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슬픈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살은 빠졌는데 행복하지 않아'라는 한 줄에는 체중 감량이라는 객관적 성취가 감정적 만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현실이 담겨 있다. 자신의 모습이 나아졌는데 기분은 더 나빠졌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건강이 결국 삶의 질과 별개의 것이 되어버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유 있게 살을 빼는 것과 소진되면서 의도하지 않게 빠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자신을 돌보는 긍정적 행동의 결과지만, 후자는 더 이상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어진 상태의 부산물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 말하는 살 빠짐은 후자에 가깝다. 의도하지 않은 자기관리, 선택이 아닌 강제된 루틴의 산물이라는 의미다.

글쓴이의 이 경험담이 댓글로 어떤 반응을 얻을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비슷한 출퇴근 루틴을 경험하고 있는 직장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이 글 속에서 발견할 것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경험과 맞춘다는 식의 공감과 '정말 힘들다'는 연민이 댓글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루를 살기 위해 또 다른 하루를 포기해야 하는 이 악순환 속에서는 개인의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벗어나기 어렵다는 인식도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


📌 원문 발췌

너무 힘들어 저녁은 닭가슴살 연두부 두부 메밀면 이런걸로 대체했더니... 살은 빠졌는데 행복하지 않아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