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때의 자부심은 컸다. 업계에서 손꼽히는 토목설계 회사, 전공 선후배들도 아는 회사였다. 그런데 일반인에게 회사 이름을 말하면 반응이 달랐다. "그게 뭐 하는 회사인데?" "건축회사?" "아니, 설계." "설계? 뭘 설계하는데?" "도로, 교량..." 설명해 봐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 나왔다. 전공 분야에서는 1등이지만, 업계 밖으로는 설명부터 필요한 회사였다.

입사 첫날 받은 근로계약서에 눈길이 머물렀다. 항목 중 '고정연장근로수당 포함'이 적혀 있었다. 포괄임금제였다. 처음엔 야근 시간을 미리 월급에 반영해 주는, 뭐 그런 제도인 줄 알았다. 입사 며칠 후부터 깨달았다. 야근 자체가 기본으로 계산된 거였다. 한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자정을 넘기든 월급은 같았다. 발주처가 금요일 저녁에 의견을 보내면, 시공사가 퇴근 직전 긴급 검토를 요청하면, 회사는 추가로 계산할 비용이 없었다.

이런 구조가 생기는 이유를 나중에 알게 됐다. 토목·건설 설계는 발주처와 시공사의 납기 압박이 고스란히 설계팀의 야간 시간으로 전가되는 업종인 것으로 보인다. 포괄임금제는 이 구조를 임금 체계로 합법화한 것이었다. 직원 입장에선 추가 노동이 '원래 계약된 것'으로 흡수되는 셈이었다.

선배들은 자주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은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밤을 새우는 게 일상이었고, 사무실 의자를 붙여 자기도 했으며, 며칠씩 집에 못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과로로 건강을 잃은 사람,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그 시절을 회상하는 선배들의 웃음을 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좋아진다"의 기준이 뭐지? 밤을 새우지 않으면 좋아진 거고, 일요일마다 출근하지 않으면 좋아진 거고, 자정 전에 퇴근하면 좋아진 거였다. 사람이 쓰러질 정도로 일시키지 않는다는 게 진전으로 여겨지는 업계였다.

합사 현장 투입 첫날, 회의실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었다. 석사 이상 학위, 해외 프로젝트 경험, 설계 기준을 페이지까지 외우는 수준의 사람들. 처음엔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과 일하면 정말 많이 배우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배웠다. 다만 왜 그들이 매일 밤늦게 사무실을 떠나지 못하는지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첫날은 오전 8시 30분까지 올 것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는 8시 20분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무실엔 이미 불이 켜져 있었다. 대리도, 과장도, 차장도 와 있었다. 부장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다음날 8시에 출근했을 때도 모두 자리에 있었다. 궁금해서 옆자리 대리에게 물었다. "부장님은 몇 시쯤 오세요?" 대리의 대답은 "보통 7시 전에 오신다"는 것. 퇴근 시각을 물으니 "밤 10시가 넘는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전 7시 출근, 밤 10시 이후 퇴근. 이렇게 경험 많은 사람들이 왜 아무 말도 없이 이 생활을 반복하는 걸까. 의문은 아침 일찍 온 사람들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풀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장과 부장이 아침 7시에 도착한 후 바로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자리에 앉았다. 인터넷 뉴스를 봤다. 부동산 카페도 봤다. 주식 시세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차 신차 정보, 낚시용품 검색, 야구 경기 결과. 누군가는 여행 영상을 켜고, 누군가는 골프장 예약창을 열었다.

그 의문의 답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졌다. 아침 7시부터 8시까지의 그 한 시간—이 시간만큼은 아무도 찾지 않는 시간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발주처도, 시공사도, 팀원도 뭔가를 요청하지 않는 시간. 집에선 남편이고 아버지여야 하고, 회사에선 직책에 맞는 사람이어야 하지만, 이 한 시간만큼은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뉴스를 보고 커피를 마시는 그 한 시간이 그들의 휴식이었고, 취미였고, 혹은 유일한 개인 시간이었다.

오전 8시가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제 자료 어디까지 됐습니까?" "발주처 의견이 내려왔습니다." "현장에서 긴급 검토 요청이 왔습니다." 여행 영상을 보던 부장은 8시가 되자마자 다시 부장으로 돌아갔다. 그 한 시간의 틈이 닫히면, 다시 구조 속으로 돌아가는 것. 그게 이 업계의 일상이라는 걸 깨달았다.


📌 원문 발췌

월급에 야근수당이 포함된 것이 아니라 내 저녁시간이 월급에 포함돼 있었다. 아침 7시부터 8시까지 그 한 시간이 그 사람들의 하루에서 유일하게 아무도 찾지 않는 시간이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