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의 직장 선배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같은 조직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였다. 사실이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
선배는 이제 '임피'라 불리는 나이대에 접어들어 있었다. 임원의 경계에 올라 있다는 뜻이고, 또한 그만큼 정년이 코앞이라는 의미였다. 수십 년을 한 직장에 몸담은 인물이라면, 이 즈음이 되면 은퇴의 현실성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직 일은 남아 있지만, 동시에 '이제 얼마나 더 하면 된다'는 계산도 생긴다.
선배는 그 시점에서 당구를 치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 직장에서 농담처럼 '이제부터 뒷방 늙은이가 되어 당구나 치러 다니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은퇴 후의 인생을 구체적으로 그려본 것으로 보인다. 당구장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마침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누리는 모습 말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도 그 계획을 들으며 웃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중년 직장인이라도 충분히 공감할 법한 계획이었을 테니까.
그런데 건강검진 결과가 예상과 달랐다. 종양. 의외였고, 충격이었을 터다.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료진은 최선을 다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과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회복 속도가 더디거나, 상태가 악화됐거나, 어쨌든 선배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이 있다. 건강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된 것 자체는 긍정적인 신호처럼 보인다. 조기 발견이 치료의 기회를 높이니까. 그런데 수술 후 경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 이미 진행된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검진에 걸린 종양이 이미 꽤 진행되어 있었고, 더 이상 그 수술로도 되돌릴 수 없는 수준까지 온 것이 아닐까.
직장인, 특히 선배 세대는 건강 신호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피로하고, 통증이 있어도 '일을 마친 후에' 병원에 가야지, 하고 미룬다. 은퇴 후엔 더 잘 챙기겠노라 다짐하면서. 그 '나중'을 기다리다가, 결국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번 선배의 경우도 그랬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는 장례식을 다녀온 후 온라인에 글을 남겼다. 깊은 허망감이 밴 한줄글이 아닌, 차분한 푸념이었다. 선배는 평생 열심히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직장에 헌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이제야, 마침내 자신을 위한 삶을 찾으려는 순간이 왔다. 당구를 치고, 여유를 누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 찰나였다. 종양, 수술, 그리고 돌아오지 않은 선배.
글쓴이의 질문이 나온다. "이렇게 아둥바둥 사는 게 정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질문은 선배 개인의 문제만은 아닐 것 같다. 한국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법한 보편적 질문인 것으로 보인다. 은퇴 후에 내 삶을 찾겠노라 다짐하며, 지금 이 순간을 견디는 사람들. 당신이 기다리는 그 날이 오긴 할까, 라는 불안감이 선배의 죽음으로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가 마지막에 남긴 메시지는 간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건강이 정말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들 건강 잘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직장의 무게에 짓눌린 채, 현재의 아픔을 외면하고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조언이었다. 선배가 남긴 당구 계획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지만, 글쓴이가 남긴 조언은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 오늘 병원에 예약을 잡고, 내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원문 발췌
평생 열심히 일하시다, 이제야 본인을 위한 삶을 찾으시려는 차에 그렇게 되시니, 이렇게 아둥바둥 사는게 정말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