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로부터 상황 설명을 요구받는 순간, 직장인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는다. 특히 그 상황이 자기 탓인지 아닌지에 따라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

순수하게 자신의 실수만 있다면 오히려 편하다. 책임을 자신이 지면 되고, 개선하면 그뿐인 것으로 보인다. 상사 앞에서 이유를 설명하거나 변명할 여지도 거의 없다.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 한 문장이 거의 모든 걸 해결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실의 직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부서의 업무가 얽혀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부서의 지연이나 오류가 연쇄적으로 자신의 책임 구간에 영향을 미친 상황이라면? 이때 상사의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려면 필연적으로 누군가 다른 사람(또는 다른 팀)의 실수를 언급해야 한다. 사실을 드러내면 그 사람이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고, 감추려 하면 자신이 무능한 것처럼 보이거나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이 양쪽 모두 불편한 상황이 된다.

이 지점에서 얼버무림이 생긴다. 상사의 질문에 명확한 대답 대신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프로세스 상 일부 보완할 부분이 있었습니다" 같은 식의 모호한 답변이 나온다. 사실 이것은 소심함의 표현이기보다는, 직장이라는 사회 생태계 안에서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동시에 지키려는 본능 같은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직장인이 이런 불편함을 느끼는 건 아니라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상황에서도 타부서의 실수를 거의 거리낌 없이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상사 앞에서 "***부서가 일정을 못 지켜서" "***팀의 실수 때문에"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일부는 성격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부분은 조직 내 입지와 상관관계 있어 보인다. 자신의 직급이나 부서 영향력이 크면 남의 실수를 지적해도 상대적으로 '객관적 보고'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입지에 있다면 같은 말도 '남 탓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다는 걸 직관적으로 감지하는 것 같다.

더 깊이 들어가면, 이건 개인의 성격 문제라기보다 직장 문화의 훈련 부족에 가깝다. 수직적인 보고 구조에서만 발달한 조직은, 부서 간 책임을 어떻게 명확하게 나누면서도 관계를 보호할지에 대한 언어와 프로세스가 부족하다. 그 결과 직장인 개개인이 각자 모호한 표현으로 몸을 사리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서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완벽한 답은 없지만, 몇 가지 원칙은 도움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첫째, 사실은 정직하게 말하되 책임 배분까지 명확히 하지는 않기. '무엇이 일어났는가'와 '누가 책임인가'를 구분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상황을 보고할 때 상대방을 보호하는 톤 유지하기. 같은 내용이라도 "***부서가 실패했습니다"와 "***부서와의 협업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습니다"는 전혀 다르게 들린다. 셋째, 미리 타부서와 상황 공유하기. 상사에게 보고하기 전에 당사자들과 먼저 상황을 정리하고 설명하면, 상사에게 보고할 때 "함께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톤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직장이라는 관계망 속에서, 자신의 책임은 명확히 하되 남을 완전히 노출시키지 않는 균형이 필요한 것 같다. 이 균형감각을 많은 직장인들이 시행착오로 배우고 있고, 그 과정에서 수없이 얼버무리게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