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검토, 규정 해석, 사건 판례 분석. 회사 내에서 가장 까다로운 업무로 손꼽히는 법률 업무에 AI가 얼마나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을까. 최근 공개된 한 AI 플랫폼의 B2B 데이터를 보니, 법무팀의 에이전트형 AI 사용 증가율이 무려 108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다른 직무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법무가 AI 도입의 1위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직관적인 설명은, 그동안의 병목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계약서 한 건을 검토할 때마다 법무팀이나 외부 법무 업체를 거쳐야 했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AI가 긴 맥락을 빠르게 읽어내고, 조항과 조항을 비교하며 위험 요소를 찾아주는 능력이 뛰어나자, 반복되던 검토 업무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초기 AI의 가장 큰 약점이던 '환각 현상'도 개선되면서, 이제는 실제 판례와 법령을 기초로 계약 내용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는 단순 데이터 정렬이 아닌 법적 논리를 요구하는 업무에도 점점 더 신뢰도를 갖추게 된 셈인 것으로 보인다.
그 뒤를 따르는 직무는 영업과 고객관리(CRM), 그리고 인사·채용 분야다. 이 둘의 공통점이 흥미롭다. 이메일 자동 작성, 고객 피드백 정리, 지원자 서류 검토 등, 결국 텍스트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반복 업무들인 것으로 보인다. AI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업무는 패턴을 찾아 비슷한 템플릿을 제시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반면 엔지니어링 직무의 도입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린 편인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들이 AI 도구에 익숙해진 지는 오래됐지만, 실제 업무에서 의존도가 낮은 이유는 구조적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코드 한 줄을 작성할 때, 엔지니어는 여러 변수와 제약 조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시스템 아키텍처, 보안 정책, 성능 최적화, 팀의 코딩 컨벤션까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의 범용 AI는 '한 가지 질문에 한 가지 응답'의 구조로 작동한다. "이 함수 작성해"라고 물으면 함수를 반환하지만, "이 시스템 설계해, 근데 이런 제약 조건들 다 고려해"라는 다층적 요구에는 약한 편인 것으로 보인다. 건축사무소를 예로 들면, 도면 한 장에서 파생되는 여러 데이터(재료비 산정, 공정 계획, 법규 준수 확인 등)를 동시에 추론해야 하는데, AI는 이 모든 변수를 한 번에 조정하기 어렵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직무별 AI 도입 속도의 격차는 기술의 성숙도가 아니라 업무의 산출물이 얼마나 '언어 단위'로 분해 가능한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의 검토 의견은 문장으로 정리되고, 영업의 고객 분석도 텍스트로 요약된다. 하지만 엔지니어의 결정물은 수많은 제약을 만족하는 통합적 산출물이어야 한다. 그 차이가 곧 AI와의 업무 호환성 차이로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무려 108배가 증가했다고 해요. 환각 현상도 초기보다 많이 개선되었고 실제 판례 등을 기초로 검토할 수 있으니 관련 업무에 많이 사용되는 걸로 보여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