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남편의 경제력이 자동으로 시댁 부양 의무가 되는 건가. 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가 던진 질문이 단순하면서도 날카롭다.

남편은 확실히 잘 번다. 사람들이 직업만 들어도 "와, 잘 버시겠네"라고 반응할 정도다. 하지만 놓친 게 있다. 글쓴이 본인도 고소득자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부부의 소득이 비슷하고, 재산은 글쓴이가 더 많다. 전형적인 맞벌이 가정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댁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만 정상이고, 나머지 식구들은 알콜중독, 도박, 무직 상태가 지속된다고 한다. 글쓴이의 표현대로라면 "갱생 불가" 집안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자꾸 돈을 빌려달라고 해온다. 반복적으로.

이 상황을 주변에 조심스레 꺼냈을 때의 반응은 놀랍도록 일관된다. 모두 같은 말을 한다. "그래도 남편이 잘 버잖아. 좀 도와드릴 수 있지 않아?"

이 한 마디에 담긴 가정이 문제다. 여기서 로직을 따라가보자.

첫째, 이 반응은 소득 수준을 곧 지원 능력으로, 지원 능력을 곧 지원 의무로 연결한다. "돈을 많이 버니까 남의 빚을 지워주는 게 마땅하다"는 식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다. 능력 있음 = 의무 있음은 자동 공식이 아니다. 특히 그 대상이 자신의 원가족인 남편의 책임이라면 더욱 그렇다.

둘째, 이 반응 뒤에는 은연중에 글쓴이의 존재가 축소되고 있다. 글쓴이도 고소득자다. 글쓴이도 재산을 많이 모았다. 그럼 글쓴이가 시댁을 돌봐야 하는가. 왜 남편의 고소득만 기준이 되나. 글쓴이의 소득과 자산은 왜 지원 의무의 기준에서 빠지는가.

이는 흔히 "남편의 소득"을 부부 공동 자산처럼 취급하는 관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이 버는 돈 = 가정 자산이라는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글쓴이가 버는 돈은. 글쓴이가 모은 자산은 어디로 가나. 그것도 당연히 "가정 자산"이지, "남편의 책임" 항목으로 일방 전가될 수 없다.

셋째, 갱생 불가능한 상황에 반복 지원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댁이 중독·무직 상태라면, 돈을 빌려주는 것만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낮다. 근본적인 행동 변화나 치료 없이 자금만 투입되면 악순환만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돈 지원이 도움이라기보다는 의존성을 강화하는 결과로 보인다.

넷째, 주변의 반응이 너그로운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들은 자기 돈을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의 돈도 아니고, 자신의 돈도 아니고, 글쓴이의 돈도 아닌 "제3자 입장"에서 말하기 쉽다. "도와줄 수 있지 않아?"라는 질문은 "그렇게 하면 어떨까"이지, "내가 책임지겠다"가 아니다. 책임이 없는 위치에서는 누구나 너그러워질 수 있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경제 문제만이 아니다. 맞벌이 부부에서 한쪽 배우자의 고소득이 배우자의 원가족 부양 의무로 무조건 귀속되는 구조, 그 과정에서 다른 배우자의 소득과 의지가 사라지는 현상이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어디까지가 당연한 의무이고 어디부터가 개인의 선택인지를 다시 묻는 게 필요해 보인다.


📌 원문 발췌

근데 저도 잘벌거든요? 둘이 소득 비슷해요. 재산도 제가 더 많아요. '그래도 남편이 잘벌잖아. 좀 도와드릴 수 있지 않아?' 하나같이 이 반응인데 남편 잘벌면 도와주는게 당연한가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