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의 대화 후 답답함이 풀리지 않는다. 둘 다 32살 동갑 부부인데, 시댁 관계의 선(線)을 어디로 그어야 할지가 계속 충돌한다.

지난 몇 년간 아내로서 챙긴 것들을 정리해보면, 시부모님과는 주마다 한 번씩 밥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진다. 명절이 되면 설, 추석 때 용돈과 선물을 준비했고, 생일과 어버이날에도 케이크, 꽃, 선물 같은 것들을 챙겼다. 친정에도 같은 수준으로 기념일을 챙기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챙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시댁이 차로 가까운 거리라 가족 간 자주 만나는 일반적인 수준의 배려가 아닐까 싶어서다.

그런데 남편이 점심시간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주 목요일에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니까 좋은 식당 알아보고 예약해 줄래?'라는 내용이었다. 순간 당황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부모님 결혼기념일까지 챙기는 게 보편적인가 싶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혼기념일도 우리가 챙겨야 하나?'

남편의 답변은 이랬다. '좋은 날인데 챙겨드리면 되지, 왜 자꾸 따져?'

여기서 화가 확 올라왔다. 지난해 자신들의 첫 결혼기념일. 남편은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날처럼 지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챙겨야 한다니. 더 기막힌 것은, 그 예약을 아내인 자신이 하라는 거였다. 기념일을 챙기겠다는 주체(남편)가 실제로 손을 움직일 일(예약, 전화, 시간 확인)은 아내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다.

결국 직설적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첫 결혼기념일은 넌 챙기지 않았는데, 왜 자기 부모님 기념일만 챙겨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평소에도 기념일에 대해 신경 쓰지 않던 사람이 이제 와서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남편은 잠시 침묵했다가 '그럼 넌 오지마'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는 재빠르게 받아쳤다. '응, 안 갈래. 대신 예약은 니가 직접 해.'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만약 아내가 '자, 그럼 식당을 찾아볼게'라고 순순히 응했다면, 결국 그 모든 준비(검색, 전화, 예약 확인)의 부담은 아내 몫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기념일을 챙기자는 생각은 남편 것인데, 손가락질은 아내가 하는 일 — 이것이 시부모 기념일 챙김에서 반복되는 구조다.

많은 아내들이 시부모 관계에서 느끼는 피로감은 단순히 '챙기는 것' 자체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은 챙김의 주인공과 실무자가 다르다는 불균형에 있다. 결혼기념일처럼 새로운 항목이 추가될 때마다, 그 결정은 남편 입에서 나오지만 실행은 아내가 감당하는 식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당연하게 여기면, 시댁을 챙기는 범위는 끝없이 늘어난다. 명절 선물, 생일 케이크, 어버이날 꽃... 여기에 결혼기념일까지 더해지면, 아내의 달력은 시부모 기념일로 빼곡해진다.

결국 떠오르는 의문들이 많다. 결혼한 사람들이 시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일반적으로 챙기는 문화인가? 설, 추석, 생일, 어버이날만 해도 손에서 놓을 틈이 없는데. 그리고 이렇게 기념일을 챙기라고 지시하는 남편이라면, 처가 쪽 기념일은 본인이 챙기는 쪽인가. 이 질문들이 명확하지 않을 때, 부부 간 갈등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피곤하다.


📌 원문 발췌

"이번주 목요일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니까 좋은 식당 알아보고 예약해" / "작년에 우리 첫 결혼기념일땐 아무것도 안 챙기고 그냥 넘어갔던 사람이 본인 부모님 결혼기념일은 챙겨야 한다는 것도 어이없고"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