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초기의 선택이 결국 40년 결혼생활의 민낯을 폭로하는 순간이 온다. 한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누리꾼의 경험담에 따르면, 신혼 시절 자가용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아 친정에 10년을 얹혀살게 됐다고 한다. 생활비는 한 푼도 받지 않고, 외손주까지 맡아 키우며 부모님이 헌신한 그 시간 덕분에 부부는 직장을 잃지 않고 자산을 모을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남편에게 퇴직 조건 하의 사업 기회가 떨어졌다. 글쓴이를 먼저 퇴직하게 한 뒤, 그 퇴직금을 종잣돈 삼아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인데, 당시만 해도 합리적인 선택처럼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 사업이 자리잡기까지는 아내의 경제활동이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부부는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20년이라는 긴 시간 사이에 뭔가 중요한 것이 왜곡되어 버렸던 것 같다.

20년 뒤 어느 날, 남편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나왔다.

"당신 먹고 논 지가 벌써 20년이야."

두 십 년을 함께 산 배우자가 아내를 그렇게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말 속에 아내의 강의와 소득이 완전히 지워져 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기여를 재는 관점만으로는 가정 내 역할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배우자가 모르거나, 일부러 외면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20년은 얼마나 외로운 시간이었을까.

곁에 있던 아들이 "엄마 강의도 나가시고 돈도 버시잖아요"라고 한마디 거들었을 때의 상황을 상상해보자. 아내의 기여를 아버지가 인정하지 않자, 자녀가 나서서 현실을 지적해야 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글에 따르면 그 순간 남편의 얼굴이 붉어졌다고 한다. 그것이 자각의 신호인지 아니면 단지 지적받은 당혹스러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40년 결혼의 진짜 속내가 한 장의 대화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친정에 드리던 용돈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결혼 후 자연스럽게 시부모 용돈으로 돌려졌다고 한다. 당시엔 그것이 당연한 의무처럼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부모님이 임종할 때까지 정성을 다했다는 것인데, 정작 자신의 부모에게는 "나중에 효도해야지"라는 미루기만 반복했다고 한다. 그것은 전형적인 결혼 초기 딜레마다. 새로운 가족 속에서 원래 가족을 돌보는 것은 "나중"으로 밀린다. "여유 생기면"이라는 조건부 약속들이 쌓인다.

그런데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글쓴이가 부모님과의 작별을 고하게 된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결혼 초기 친정이 준 10년의 무한정 헌신이 있었기에 가정이 안정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부모님이 계신 동안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그것은 영영 표현할 길을 잃는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을 떠나보낸 뒤 밀려오는 것은 자책과 분노다. 한 익명 게시판의 글에서는 "친정의 헌신을 당연시하고 고마움조차 모르는 남편의 파렴치함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깊은 분노가 치밀어 온다"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분노의 핵심은, 20년 동안 자신이 미루기만 한 효도를 배우자가 같은 마음으로 외면했다는 것이 아니라, 친정의 기여 자체가 배우자 눈에 아예 계산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에 있어 보인다.

결혼이 두 가족의 합병이 아닌 한쪽 가족의 완전한 편입이 되는 구조 속에서, 한쪽 가족의 기여는 자산으로 축적되고 다른 쪽 가족의 기여는 당연함 속에 지워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배우자의 기본적인 상식과 염치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결국 너무 늦게 깨닫는 것은 아닐까. 이 사연은 그렇게 묻고 있다.


📌 원문 발췌

당신 먹고 논 지가 벌써 20년이야. 부모님이 떠나고 나니, 친정의 헌신을 당연시하고 고마움조차 모르는 남편의 파렴치함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깊은 분노가 치밀어 온다.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