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가 재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뭔가 마음이 걸려 있었다는 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 남편에게 이 소식을 전했을 때의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고 한다.

"하고 싶으시면 하시는 거지"라는 남편의 대답. 차갑거나 심술궂지는 않았다. 성인 자녀로서 부모의 자유를 존중하는, 꽤 성숙해 보이는 태도였다. 작성자가 "그게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물었을 때 남편은 담담하게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왜 아무렇지 않겠냐. 근데 아버지 인생인데 내가 뭘."

부모는 독립적인 한 인간이고, 그들의 인생 선택을 간섭할 수 없다는 논리. 사실 많은 사람이 남편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 태도가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마음이 자꾸 돌아왔다. 작성자는 "그 말이 맞긴 한데"라면서도 꼭 무언가 놓친 것 같은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순히 남편의 반응이 무심해 보인다는 게 아니었다. 뭔가 더 깊은 차원의 불편함이 있었던 것 같다.

핵심은 여기다. 남편과 작성자가 직면한 문제가 사실 다르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에게 시아버지의 재혼은 "아버지의 개인적 선택"이라는 층위에서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혈연 자녀 입장에서는 그럴 여지가 충분하다. 거리를 두고 객관화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 인생인데 내가 뭘"이라는 한 마디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배우자, 즉 며느리 입장은 전혀 다르다. 작성자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모르는 사람이 새로운 어머니 포지션이 된다"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감정의 문제라기보다는, 실질적인 관계 설정의 과제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새 어머니를 어떤 호칭으로 부를지, 명절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시어머니와 새 어머니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같은 구체적인 질문들이 떠올라야 한다. 심지어 유산이나 재산 문제 같은 현실적 우려도 생길 수 있다.

이런 관계의 불확실성이 만드는 어색함은 충분히 자연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시글들이 많다. 시부모나 장인장모의 재혼 소식에 담담하게 반응하는 배우자와 달리, 자신은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는 내용들. 남편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여전히 뭔가 안 맞는다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댓글에는 "처음엔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워진다"는 경험담부터 "애초에 거리를 두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조언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섞여 있다고 전해진다. 같은 상황을 겪으면서도 선택한 방식이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혈연과 인척이 느끼는 거리감의 차이를 모두가 인식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남편이 무정하거나 차가운 것이라기보다는, 구조적으로 부여된 다른 위치에서 보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작성자가 지금 느끼는 어색함과 불안감은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꽤 자연스러운 감정일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근데 아버지 인생인데 내가 뭘. 저는 모르는 분이 갑자기 새 어머니 포지션이 되는 게 조금 어색할 것 같아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