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 23년을 버텨낸 베테랑이 있다. 그가 중학교로 옮긴 지 벌써 5년.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예상 밖의 현실'을 마주쳤을까.

중학교라는 공간을 제일 먼저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충격에 가까웠다. 고등학교에서는 '의젓해진 아이들'을 만나리라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중학교 1학년은 초등학생에서 겨우 몇 년이 지난 상태다.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 심리적 독립이나 자기조절 능력이 고등학생 수준과는 비교가 안 된다. 부모의 영향력도 여전히 절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교실에 들어가면 현실적 문제들이 한 가지씩 드러난다. 학생들은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는다. 자기 이야기만 우선인 것으로 보인다. 교실 앞에서 설명을 하는데, 뒤쪽에서 두 학생이 떠들고, 한쪽에선 손을 들고 불쑥 끼어든다. 수업과 무관한 질문을 던지거나, 연관된 질문이라도 설명 도중에 끊고 들어온다. 이 패턴이 매일 반복되자 작년까지는 답답함이 쌓였다. 올해는 3월부터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경청 훈련'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생님뿐만 아니라 친구 말도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해주자, 학생들도 놀랍게도 잘 받아들였다.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이 있다. 해마다 학년 분위기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1년 차이밖에 안 나는데도 학급 전체 수준이 천지차다. 작년 학년은 학급 전체가 '난리'였다. 말을 듣지 않고 정서적 문제를 지닌 학생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다. 올해는 반대다. 같은 교사, 같은 학교, 비슷한 환경인데도 전반적으로 순하고 차분하다. 주변 학교들도 같은 현상을 겪는다고 한다. 이는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연도에 태어난 학생들이 자란 사회 환경의 차이가 학급 분위기를 크게 좌우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역은 일베 언어가 깊숙이 침투한 곳인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는 학생들에게 단호히 경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발각되면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거나 수행평가 점수를 감점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직접 일베 활동을 하는 학생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일베를 나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다행인 것으로 보인다.

진짜 문제는 다르다. 일베 문화의 각종 표현과 논리가 이미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일베를 전혀 하지 않는 아이도 그 언어를 쓴다. 본인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면서 사투리와 함께 사용한다. 어쩌면 일베의 가장 성공한 작업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중학교 근무의 구조적 피로도 생각할 점인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교사 정원이 적다. 그래서 수업 시수가 많다. 매일 4~5시간씩 강의하고 나면 피폐해진다. 고등학교에서는 같은 내용을 한두 번 설명하면 충분하다. 중학교 학생들은 전혀 다르다. 같은 말을 10번 반복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든 학생이 개별 설명을 요청하는 수준이라는 것으로 보인다.

5년을 돌이켜보니, 이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느껴진다. 고등학교에서는 '1타 수준의 교사'라고 자신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학교에서는 그 모든 노하우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경험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청의 요구 사항도 많다. 결국 이것은 교사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발달 단계의 차이가 만드는 구조적 현실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중학교 1학년은 거의 초등학생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올해는 3월부터 철저히 훈련을 시켰습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