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오랫동안 마음의 짐을 짊어지고만 있었다.
매번 뭔가 쌓이는 순간이 있었다. 그 말씀들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말하자니 괜한 일을 만드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 지금까지 그렇게 넘어왔으니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말해야 할 순간이 있어도, 결국엔 입을 다물었다.
오래된 관계일수록 어떤 암묵적 계약 같은 게 생긴다. '지금까지 이대로 잘 지냈으니 앞으로도 이 정도는 참아야 한다'는 기대가 양쪽에게 자연스럽게 박혀 있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는 편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시어머니가 건넨 말 한마디가 마침내 견딜 수 없는 지점에 닿았다.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선을 그었다. 그것이 정확히 어떤 말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신호를 분명히 보냈다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솔직하게 마음을 꺼냈다. "힘듭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목소리가 떨렸다. 처음 이렇게 표현하는 거였고, 16년을 넘게 쌓아온 감정이 한껏 담겨 있었으니까. 약함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했고, 혹은 지금까지의 침묵을 깨뜨리는 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 떨림이 있었기에, 그 순간이 더 진실되었을 것 같다.
시어머니의 반응은 명확한 것으로 전해진다. 말씀을 멈추셨다. 한 발 물러나신 것 같았다. 그 이후로 그 주제를 다시 꺼내지 않으셨다.
침묵의 질감이 바뀌었다. 그때까지의 침묵은 '보지 않는 척, 못 본 척하는' 침묵이었다면, 이제는 '받아들이는' 침묵으로 느껴졌다. 같은 침묵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달라진 것 같았다.
그 자리에는 남편도 있었다. 당시엔 특별히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다가와 "잘 말했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긴 말이 아니었다. 단 한 마디였다. 그런데 그 한 마디가 얼마나 컸는지.
그 말은 내가 어려운 것을 해냈다는 사실에 정당성을 부여해 줬다.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 옆에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줬다. 배우자의 사후 인정이 얼마나 의미 있는 지지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16년이라는 긴 시간을 뒤로하고 나온 한 마디였다. 더 일찍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왜 그동안 말하지 못했나 싶기도 했고, 동시에 '그때는 할 수 없었던 때'였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참음이 습관이 되면, 말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깨기가 더 힘들어진다. 관계가 오래될수록 '지금까지 이렇게 왔으니'라는 논리가 강해져서, 언제까지나 참아야 한다는 생각까지 드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본 것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사실로 전달했을 때 상대방이 멈추고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같았다. 공격이 아닌 고백이었을 때, 상대는 방어하지 않고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원문 발췌
처음 해보는 거라 목소리가 조금 떨렸어. 어머니가 잠깐 멈추셨는데 그 이후로 그 주제는 더 꺼내지 않으셨어. 16년을 돌아서 한 말인데 더 일찍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음.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