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한 글이 눈길을 끈다. 평범해 보이지만,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취약한 조건 아래서 오작동할 수 있는지를 지적하는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남매 간 순간적인 호감이 언제 생길 수 있는지를 조건식처럼 풀어낸다.
그것은 세 가지 요소를 언급한다. 첫째, 친구들이 남매 중 한쪽이 잘생겼거나 예쁘다고 말해준다. 둘째, 당사자도 그 평가에 자기 눈으로 동의한다. 셋째, 그 남매가 평소 착하고 자신을 신경 써준다. 이 세 가지가 모두 갖춰진 상황 자체만으로는 별일이 아니다. 문제는 여기에 덧붙는 또 다른 조건인 것으로 보인다.
그 조건은 '극도의 결핍'인 것으로 보인다. 애인과 헤어졌거나, 오랫동안 혼자라는 감정이 깊거나, 누군가와의 관계가 끝난 직후의 공허함. 이 상태 위에 음주까지 더해진다면, 일반적으로 통제하는 감정의 경계선이 흐릿해질 수 있다는 게 글쓴이의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구조는 낯설지 않다. 사실 호감이 생기는 메커니즘은 원래 이렇다. 외부로부터의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 그 대상을 더 좋게 본다. 자신도 그 평가에 동의하면 호감이 굳어진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에게 친절하거나 신경 써주면, 감정적 유대감이 깊어진다. 이 공식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 직장 동료, 이성 모두에게 작동한다. 호감의 발생 자체는 그 대상이 누구든 심리적으로 가능하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인가. 글쓴이가 지목하는 것은 '결핍 상태 + 판단력 저하'라는 조합인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취약성'인 것으로 보인다. 외로움이 극에 달했을 때, 인간은 감정적 채움을 가장 가까운 대상에서 찾으려 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평소 억제하던 감정이나 욕구가 표면으로 올라온다. 두 조건이 겹칠 때, 평소 명확하던 관계의 경계가 한순간 흐릿해질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글쓴이가 "이런 감정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지 "꼭 그렇다" 또는 "그래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내면의 취약 지점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이 경험한 심리 상태를 언어화해준 글로 받아들이는 쪽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상황이 실제로 가능하냐"며 거부감을 표하는 쪽이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극도의 상황이라는 조건을 무시하고 일반화하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의견 차이 자체가 흥미로운 이유는, 사람마다 감정의 취약함을 인정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감정이 어떤 조건 아래서 발생할 수 있는가'보다, '그런 감정이 올라올 때 자신이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하는가'인 것으로 보인다. 외로움과 음주라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이나 일탈적인 욕구가 생기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 또는 나중에 그 상황을 성찰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가 이 글을 통해 결국 지적하려는 건, 인간이 생각보다 약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일 수도 있다.
📌 원문 발췌
자기 친구들한테서 혈육이 잘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본인도 그렇다고 느끼며, 혈육이 착하고 자신을 잘 챙겨주는 상황이라면, 애인이 없거나 헤어진 등 외로운 상태에 술까지 더해지면 순간적으로 끌릴 수 있다.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