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는 전교 올백을 자주 맞던 둘째. 고등학교에 들어서자 상황은 급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전교 순위로는 60%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불과 3년 사이에 일어난 낙폭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가 내신 2등급으로 ***대에 입학했던 것과 비교하면, 같은 가정에서 나온 형제자매 사이의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공부를 정말 안 하네요"라는 표현 뒤에는 단순한 성적 저하를 넘어 공부 자체에 대한 관심 상실이 숨어 있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다니던 학원의 강사까지 "더 이상 나오지 말라"고 권할 정도라는 것. 학원에서 문제를 풀라고 제시해도 손도 대지 않고 그냥 돌아간다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사춘기의 일시적 변화라고 치부하기엔 3년이라는 기간이 너무 길다.
여기서 부모가 맞닥뜨리는 질문은 이것으로 보인다. 공부 의욕을 완전히 잃은 아이를 일반 고등학교에 보내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의욕이 없는 상태에서 3년을 인문계에서 보내면, 결국 하위권에 머물다가 학창시절만 소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건 그럴듯한 걱정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같은 아이는 한 가지 활동에서만큼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아이패드에서 그림을 그릴 때다. 본인이 좋아하는 활동에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한다. 미술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별론이지만, 적어도 '관심 있는 분야'에선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부모에게 다른 진로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특성화고에 웹툰, 컴퓨터 그래픽, 디지털 일러스트 같은 과정이 있다는 정보가 눈에 들어온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다. 중학교 교사도 그렇고, 부모 주변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특성화고? 그건 옛날 실업계나 다름없다"는 식의 평가다. 확실히 과거 특성화고(당시 실업고)는 저학력·낮은 사회적 지위와 결부되는 선택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현재의 특성화고는 그림이 상당히 달라졌다. 웹툰, 게임프로그래밍, 그래픽디자인, 정보보안, 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디지털 직무 중심으로 학과 구성이 크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의 기술고등학교와는 다른 교육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사회 일반의 고정관념은 여전히 '낮은 선택'으로 묶어둔다.
부모의 심리는 여기서 갈등한다. 한쪽엔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를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 다른 쪽엔 '특성화고는 사회적으로 낮춰 보는 선택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주변 시선이 얽혀 있다. 체면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글쓴이가 남긴 한 문장을 보면, 부모의 진정한 바람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이 나오길 기대하기보다는, 아이가 앞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말씀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의욕 없는 상태에서 인문계 3년은 그 목표 달성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부모 자신도 이미 그 질문의 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
📌 원문 발췌
특성화고가 말이 특성화고지, 예전 실업계나 마찬가지라서, 의미없는거라고들 그러는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이 나오길 기대하기 보다는 둘째가 앞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입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