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의 사연입니다. 아버지의 사업이 제대로 안 되면서 할아버지 댁으로 이사하게 됐습니다. 같은 건물이 아니라 2층을 별도로 쓰는 조건인데, 1층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신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집에서 이미 8년을 함께해온 진돗개를 데려가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로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께 인사할 때 개에 대해 이야기했고, 할아버지가 괜찮다고 허락했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사 전에 미리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현장에서 예상 밖의 반응이 터졌습니다. 할아버지가 개를 보자마자 놀라며 절대 안 된다고 난리를 피운 겁니다. 알고 보니 아버지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서, 할아버지는 작은 견종이 올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큰 개일 줄 몰랐다"고, "조그만 개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는 거죠.

설득을 시도했습니다. 개가 무섭지도 않고 짖지도 않는 조용한 성격이라고, 사람만 따르는 순한 개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고개를 돌리셨습니다. 처음부터 결론을 내려놓고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였던 겁니다. 할머니는 개를 이쁘다고 봐주시는데, 할아버지의 거부감이 워낙 강해서 그것도 소용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할아버지가 걱정하는 것은 단순히 개 자체가 아니라 이웃들의 반응을 의식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더 복잡한 것은 부모의 태도입니다. 글쓴이가 주도적으로 "반려동물을 받아주는 월세 주택으로 이사하자. 내가 월세도 보탤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처한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대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쉽게 그럴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셨습니다. 물론 어머니도 개를 매우 사랑해서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불안합니다. 혹시 앞으로 "개를 보내자"는 말이 나올까 봐요.

아버지는 자신이 사업을 망쳤음에도 불구하고, 글쓴이더러 할아버지를 설득해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끝내버리니, 어떻게 설득이 가능할까요. 어차피 들으려는 의사가 없다면, 아무리 말을 잘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한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책임을 미루려는 사람과, 책임을 질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고 개의 장래 때문에 밤을 새며 고민하는 청소년이 홀로 남겨진 상황이 됩니다.

개의 현실적 운명을 생각하면 더욱 절망적입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온 개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 버려졌다가 다시 가족을 찾은 개가 또 다시 버려지는 상황이 되면, 심리 상태는 극도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됩니다. 재파양을 경험한 반려동물들은 신뢰 문제로 깊은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게다가 8살이 된 대형 믹스견을 새로 입양해주려는 일반인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어린 개도 아니고, 순종도 아니고, 나이까지 많은 개를 받아줄 만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현실적으로 본다면 그런 사람은 극히 드물 겁니다.

개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부모의 경제적 위기도 개의 책임이 아니고, 세대 간의 갈등도 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 모든 책임이 개 위에 떨어지는 걸까요. 현관 앞 개집에 놓고 키우는 것도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면, 애초에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 가족은 흩어지고,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은 항상 힘없는 동물이라는 현실이 너무 답답합니다.


📌 원문 발췌

유기견보호소에서 얘를 데리고 왔는데 파양하고 딴집 보내기는 싫어. 진짜 현실적으로 8살된 진도믹스개를 받아줄 사람이 있을까? 없겠지?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