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 남친의 부모가 김장을 도우러 오라는 연락을 했다고 한다. 받아가는 것도 개의치 않겠다며 우호적으로 시작한 제안이었지만, 당사자의 기분은 전혀 다르다. 단순히 '김치를 받는 것'과 '직접 와서 일을 돕는 것'은 심리적으로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자신을 손으로 부려먹을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싶어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것이 단순한 호의인지, 아니면 상대 가족이 자신을 '가족의 일원'으로 편입시키려는 첫 신호인지 불안감을 주고 있다.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가족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우려가 생기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김장은 전통적으로 온 가족이 모여 함께하는 노동행사다. 세대를 초월해 손을 맞잡고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섞는 과정이 우리 문화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가족' 범주 안에서의 일이 전제된다. 가족이 아닌 사람까지 그 범주에 끌어들이려면, 명시적인 동의와 심리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당사자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귀는 단계의 연인 관계에서 상대 부모가 이런 요청을 한다는 것은 어떤 신호일까.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을 그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사 표현으로도 읽힐 수 있다. 진심 어린 호의일 가능성도 있지만, 혼전 단계에서 상대 가족의 '일원화' 요청으로 경험될 여지도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그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김치를 선물로 받는 것과 직접 그 자리에 가서 손을 거드는 것의 심리적 거리는 생각보다 크다. 한 가지는 일방향의 호의를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 가족의 노동행사에 직접 편입되는 것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후자는 자신을 이미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한다는 신호가 되고, 결혼 전 단계에서는 당사자가 준비하지 않은 책임감과 의무감을 부여받는 셈이 될 수 있다.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보면,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갈린다. 일부는 "벌써 부려먹으려는 신호"라며 불편함을 드러내고, 상대 부모의 진의를 경계하는 의견들이 올라온다. 반면 "김장은 온 가족이 함께하는 문화인데 함께하자는 순수한 마음일 수도"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결국 이 불편함의 핵심은, 상대 부모의 제안이 진정한 호의인지 아니면 자신을 일방적으로 '가족 범주'에 편입시키려는 신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결혼을 약속한 적도 없는데 벌써 의무를 기대하는 건 아닐까 싶은 불안감. 호의와 강요 사이의 얇은 경계에서, 자신의 편안함과 자율성을 지키려는 마음이 먼저 드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닐까.
📌 원문 발췌
김장김치 그냥 준다그래도 부담스럽고 싫은데 뭔 김장을 도우러 오래ㅋㅋ 벌써부터 부려먹을 생각하는게 진심 괘씸하다
원본 출처: 더쿠 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