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생 동갑 커플이 작년 봄부터 사귀고 있다. 둘 다 오랜 친구 사이였기 때문에 상대의 지난 연애사를 알고 있었다. 여자친구의 전 남친은 나이가 꽤 많은 선배였다. 그로부터 선물도 받고, 용돈도 받고, 나중에는 신용카드로 생활비까지 받았다.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서적으로도 크게 의존했던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혼도 그쪽 지역으로 가는 계획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약 2개월간 헤어져 있다가 글쓴이와의 관계가 시작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여자친구가 전 남친의 현재 아내 인스타그램을 자주 본다는 수준이 아니라, 계속 글쓴이에게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사진을 캡처해서 카톡으로 보낼 정도면 상당한 빈도와 집중도다. 그리고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자친구는 그 과정에서 그 여성을 욕한다. 성형이라고, 보정이라고, 자기 남친을 빼앗아갔다고 말한다. 글쓴이의 입장에서는 관심도 없고 처음부터 알지도 못했을 사람이었다.
그래서 글쓴이는 몇 번이나 조용히 제안했다고 한다. "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으니 우리 둘에게만 집중하자." 그럼에도 여자친구의 반응은 같았다. "나를 사랑한다면 무조건 내 편을 들어줘야 하지 않냐"며 화를 낸다. 거부하면 울고, 소리를 친다. 글쓴이는 같은 위로와 설명을 몇 번이나 반복하게 됐다. 이게 1년을 넘게 계속되고 있다는 게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여자친구가 질투하거나 전 남친을 아직도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자들 원래 그런 거다", "질투해서 그러는 거지"라며 대수롭지 않아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정의 수준에서만 본다면 여자친구의 심리 상태는 이해 가능하다. 전 연인을 떠올리고, 때론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것. 이런 감정들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감정의 원인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여자친구는 자신이 느끼는 불안감이나 질투심을 혼자 소화하거나, 글쓴이와 차분히 대화하거나, 시간을 들여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 상태에 맞춰서 움직여주길 요구한다. "나를 사랑하면 내 편이어야 한다"는 논리가 그것으로 보인다. 거기서 거부하면 울고 소리치며 관계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이건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상대를 조종하는 방식에 가까우며, 상대방의 정신적 피로도나 경계감을 무시하는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건 이 패턴이 1년을 넘게 반복되면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가 여러 번 대화를 시도했어도, 여자친구의 행동은 동일하게 반복됐다. 이는 감정의 일시적 폭발이 아니라 관계 패턴이 되어버린 상태다. 글쓴이가 계속 맞춰주면서 무의식적으로 그 패턴이 강화된 측면도 있다. 위로를 해주고, 함께 욕해주고, 한술 더 떠 욕해주면서 일종의 보상 고리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이 방식이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어버린 셈인 것으로 보인다.
결혼을 고민하는 시점에서 점검해야 할 부분은 여자친구의 감정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그것이 정말 바뀔 수 있는가다. 글쓴이의 경계 표현 이후 개선된 흔적이 있었는가. 아니면 여전히 같은 일의 반복인가. 여자친구가 자신의 패턴을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하려 노력했는가, 아니면 "나는 이렇게 되어 있으니까 넌 따라줘"라는 태도인가. 무엇보다 감정을 느끼는 것과 그 감정 때문에 상대방을 움직이려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둘 다 알고 있는가.
📌 원문 발췌
여자친구는 저를 사랑하면 무조건 자기 편을 들고 동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화를 냅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관심 없으니 우리 사이에 집중하자고 몇 번이나 좋게 얘기해봤습니다.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