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직 직장에서 마주친 이해 불가 동료의 사건. 여친이 없으면서도 왼쪽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다니는데, 그 이유가 황당하다. 그 반지는 "도르마무"라는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라고, 던전에서 구했다며, 결혼반지는 아니라고 자신 있게 주장한다는 것. 처음엔 농담이거나 장난인 줄 알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동료는 완전히 진지했고, 이후로도 비슷한 주제를 자꾸만 꺼냈다고 한다.
일반적인 직장 대화의 범위를 한참 벗어난 이야기인 만큼, 당사자는 매번 그 동료와 마주칠 때마다 버티기만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대부분 회피나 이직으로 빠져나갈 수 있지만, 여기선 그런 선택지가 없다고 느껴진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공무직이고, 자신도 공무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무직·정규직 같은 고용 안정형 일자리는 이직의 문턱이 높다. 한번 발을 디디면 이직을 고려하기 어려워진다. 월급도 정해져 있고, 복지도 든든하고, 정년까지 보장받는 길이 있는데, 누가 그걸 쉽게 버릴까. 그 대신 한번 맺어진 인간관계는 거의 평생 유지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뒤따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되는 '공무직의 숨은 비용'이 바로 그것으로 보인다.
당사자는 상사에게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료의 언행이 업무 분위기를 해친다고, 대화할 때마다 스트레스라고. 그런데 돌아온 답은 단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니가 참아야 한다"는 것. 이건 단순한 포기의 말이 아니라, 소규모 직장에서 흔히 보이는 갈등 처리 방식이라는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개인에게 감내를 강요한다. 상사 입장에선 동료의 언행을 특별한 문제로 보지 않았을 수도, 아니면 직접 중재하는 게 번거로웠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당사자가 감당해야 할 몫만 늘어난다.
그렇다고 퇴직을 고려하기도 쉽지 않다. 공무직이라는 신분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알고 있기에, 새로운 일자리 시장이 그리 관대하지 않다는 것도 경험상 안다. 게다가 몇 년을 버텨낸 직장이니 퇴직금도 만만치 않고, 나이도 함께 늘었다. 그래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즐길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그저 참으면서, 퇴근 후 혼자 토로하고, 주말에 회복하는 악순환만이 반복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댓글을 남긴다. 고용이 안정적인 곳일수록 인간관계가 약점이 된다는 반응들. "그냥 참으라"는 상사의 말이 얼마나 현실적인 조언인지에 대한 자조 섞인 공감. 바뀌지 않을 동료, 피할 수 없는 공간, 관둘 수도 없는 직장. 그 안에서 타협하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체념이 쌓여 간다.
📌 원문 발췌
도르마무라는 저의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 같은거에요. 던전에서 구했는데 결혼반지는 아니에요. 공무직이라 어쨋건 봐야 합니다. 편해서 관두기도 싫고 직장상사에게 말해도 착하니까 니가 참으라고 합니다.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