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3개월 안 남은 상황이었다. 신부와 신랑은 교제한 지 1년, 결혼까지는 2년의 만남이었다. 신랑의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였다. 암으로 먼저 간 일은 신부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들었던 소식이라, 깊이 있는 애도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신랑이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 있겠구나, 이 정도 선에서만 이해하고 있었다.

신랑의 아버지(시아버지)는 예상 밖으로 관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혼식 비용 전부, 축의금도 선물처럼 챙겨 주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혼집 계약금까지 절반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신부로서 얼마나 감사했던가. 시아버지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혼자서 아들을 키우며 이렇게까지 챙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의의 무게가 컸다.

그런데 요청은 조용하게 들어왔다. 어느 저녁 식사 자리에서였다. 신랑이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시아버지가 신부에게 몰래 휴대폰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얼굴이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혼식에서 이 영상을 몰래 서프라이즈로 틀어줘도 될까?"

그 영상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암 투병 중에 직접 찍어둔 것이었다. 단 하나가 아니었다. 혼자서 이렇게 20여 개나 찍어둔 영상들이 있었다고 한다. 신랑은 매해 생일이 올 때마다 그 영상들 중 하나를 보며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신부는 그제서야 이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랑의 생일 때마다 유독 조용해지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표정이 어디서 나왔는지.

결혼할 때 특별히 보여달라고 남긴 영상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용은 간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식이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것, 하늘에서 항상 응원한다는 것, 며느리를 맞아줘서 감사하다는 것. 건강하게 살라는 당부. 엄마로서의 마지막 인사였다.

그런데 영상을 보는 데는 온도 차이가 있었다. 시아버지의 눈은 이미 촉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랑도 눈물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신부는 그 순간 불안감이 밀려왔다. 신랑의 울음을 달래고, 시아버지의 눈물을 닦아주는 역할. 그것이 자신의 결혼식 당일이 될 거라는 생각 말인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날인데, 자신의 감정은 뒷전이 될 것 같았다.

결혼식이란 무엇인가. 신부와 신랑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자리다. 양가 가족이 축하하고 환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한 명의 고인이 주인공처럼 등장할 때, 상황은 달라진다. 애도와 그리움이 상영되는 공간이 되면, 결혼의 의미는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호의와 선의가 담긴 요청이지만, 신부의 동의 없이 이미 시나리오는 짜여 버린 셈인 것으로 보인다.

"부담 갖지 말아라"는 말도 따뜻하다. 하지만 그 뒤엔 이미 요청이 이루어진 상태다. 거절도 수락도 쉽지 않은 이유가 그것으로 보인다. 신부는 선의를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게 맞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만, 자신의 결혼식에서 자신이 소외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 두 감정 사이에서 신부는 계속 중얼거린다. 이게 감정이 없는 걸까, 아니면 너무 많은 감정이 한 자리에 부딪치는 걸까.


📌 원문 발췌

결혼식에서 이 영상을 몰래 서프라이즈로 틀어줘도 될까?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