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악마 진멘이 왜 데빌맨 시리즈에서 손에 꼽히는 사악한 빌런으로 불리는지, 처음엔 이해가 안 갔다. 단순히 강한 적이 아니라, 설정 자체가 주인공에게 선택 불가능한 악의를 강제한다는 게 점점 납득이 된다.
진멘의 능력은 일단 단순 폭력이 아니다. 사람을 먹으면 그 희생자의 얼굴이 자신의 등딱지에 조각되듯이 새겨진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그 얼굴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거다. 등딱지는 일종의 살아있는 묘비, 아니 살아있는 감옥이 되는 셈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악당이라면 단순히 피해자를 죽이고 끝내겠지만, 진멘은 죽음 자체를 무기로 만든 거다.
아키라가 절대 용서 못 하게 된 이유도 구체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 등딱지 속에 있는 얼굴들 중에 직접 아는 옆집 꼬마아이가 있었던 거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입장에서도 이 순간이 터닝포인트다. 추상적인 '다른 누군가의 고통'이 아니라, 아키라와 보는 사람 모두가 연결 가능한 구체적인 얼굴로 주어진다. 감정이 극단으로 치솟는다.
그런데 진멘의 진정한 계산은 여기부터 시작된다. 아키라가 분노로 달려들 때, 진멘이 등딱지를 돌려서 그 안에 갇힌 인간들을 방패로 삼는 거다. 공격하면 그들이 죽는다. 주인공이 할 수 있는 행동 자체가 봉쇄된다. 이건 단순한 '강한 적' 서사가 아니다—주인공의 정의로운 분노까지도 무기화시키는 구조다. 얼마나 악독한가. 얼마나 절묘한가.
희생자들도 이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등딱지 속에서 자기가 이미 죽어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그들은 아키라에게 말한다. '신경 쓰지 말고 이 악마를 해치워달라'고. 이 대사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흔한 '영웅을 격려하는 기사'같은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이중 죽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절망 섞인 결단인 것으로 보인다.
아키라는 결국 한 가지 방법만 남는다. 그 여자아이의 고통을 천번이라도 느낄 준비를 하고, 직접 눈을 감겨준다는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것도 역설적인 것으로 보인다. 영웅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자비가, 그 자비마저도 추가 비극으로 읽혀야 한다는 게.
왜 진멘이 '가장 사악하기로 유명'한가. 힘이 세서도, 계획이 치밀해서도 아니다. 피해자를 먹는 것도, 등딱지를 방패로 삼는 것도, 모두 주인공의 도덕적 선택을 파괴하는 구조로 설계된 것으로 읽힌다. 주인공이 '정의롭게' 행동하려고 할수록, 그 정의가 더 많은 죽음을 초래한다는 딜레마. 이게 데빌맨 시리즈가 단순 액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인간의 악을 구조적으로 탐구하는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원문 발췌
"용서못해, 진멘!! 난 절대로 포기못해!" / "이미 죽어있으니 신경 쓰지 말고 녀석을 해치워줘!"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