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또 그 패턴이 반복됐다. 별것 아닌 일로 남편과 다퉈졌고, 내가 먼저 화해하려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남편은 이미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다툰 지 10분도 안 됐을 때다. 너무 빨랐다.
잠시 후 시어머니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며느리가 좀 양보를 해야지, 남편이 얼마나 힘드냐"는 내용이었다. 내 입장을 설명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시어머니는 이미 판단을 내렸다.
이 상황은 단순한 '부부 갈등'보다는 정보 불균형의 문제다. 남편이 자신의 버전만 먼저 전달하면, 그 정보만으로 판단하는 제3자는 자연스럽게 먼저 말한 쪽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내 생각, 내 상황 설명은 애초부터 빠진 채, 일방적인 정보만 바탕으로 외부의 "압박"이 전해지는 구조다. 이것이 20년간 반복되면서 남편의 입장에서는 "이 방식이 효과 있다"는 학습이 이루어진 걸 텐데, 당사자는 그걸 모르고 있는 듯하다.
이 패턴은 결혼 초부터 있었다. 처음엔 시어머니가 중간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봐주실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드러난 현실은 달랐다. 남편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직접 "왜 어머니한테 말하냐"고 따져봤다. 남편의 대답은 매번 같다. "걱정하실까봐" 또는 "말씀드리고 싶어서"다. 하지만 화해하기도 전에 먼저 전화를 거는 게 정말 '걱정' 때문인가 싶다. 형식적으로는 '걱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입장을 외부에서 강화받으려는 메커니즘이 아닐까 싶다.
나는 내 어머니에게 남편 흉을 본 적이 없다. 부부 싸움은 집 안에서 끝내야 한다고 평생 생각해왔다. 그런데 정작 내 집에서는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남편 쪽은 늘 시어머니가 끼어 있다. 뭔가 아이러니한 느낌이 든다.
시어머니가 나쁜 분이 아니라는 건 안다. 아들 편을 드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도 이해한다. 다만 한쪽 버전만 들은 상태에서 개입하면, 전체 상황을 모르는 그분의 입장에서는 나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20년간 쌓이면, 시어머니의 눈에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까. 그 생각이 자꾸 든다.
이 문제를 남편에게 여러 번 얘기했다. 그때는 변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또 반복된다. 어제도 "다음엔 그러지 않겠다"고 했지만, 다음번에 싸움이 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이 악순환을 끊을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부부 상담을 받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남편이 상담을 가려 하지 않는다. 그게 가장 큰 벽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비슷한 상황의 남편을 둔 분들은 어떻게 하셨는지. 이 패턴이 정말 잘 안 바뀌는 건지, 아니면 바뀐 분들도 있는지 궁금하다.
📌 원문 발췌
남편이 나랑 뭔가 갈등이 생기면 나한테 직접 얘기하는 게 아니라 시어머니한테 먼저 말하는 버릇이 있거든. 이게 남편이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만 말하는 거더라고.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