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단은 양가가 함께 정한 규칙이 아니었다. 원래 생략하기로 한 절차를 글쓴이의 부모님이 "빈손으로 보내기는 미안하다"는 심정으로 3천만 원을 현금으로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단이라는 명목이었지만, 이는 신혼집 살림을 돕기 위한 부모님의 결정이었다. 일반적으로 예단비를 받으면 시댁에서 절반 정도를 신부 물품이나 혼수 용도로 돌려보내는 관례가 있다. 글쓴이의 부모님도 그 관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뒤, 시어머니의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들이 모든 걸 바꿔놨다. 동남아 최고급 리조트에서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이 함께하는 화려한 여행 사진들이었다. 글쓴이는 그 장면을 본 순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예단비로 받은 돈이 가족 여행비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남편에게 물으니, 시어머니가 "결혼 준비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힐링 여행을 떠나셨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행 경비뿐 아니라 남은 돈으로 시어머니는 본인이 원하던 명품 가방까지 구매했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됐다.
글쓴이가 남편에게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의도 없이 우리 부모님이 신혼집 살림을 위해 보내주신 돈을 어떻게 다 쓸 수 있냐"는 취지였다. 예단은 분명 '신부 측에서 주는 돈'이지만, 받는 쪽이 마음대로 유흥비로 써도 되는 건 아니지 않냐는 생각이었다. 부모님의 선의를 믿고 따라간 길이 이렇게 배신당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그는 "예단은 원래 주는 돈 아니냐. 주고 다시 달라고 하는 게 더 이상한 거지"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아가 "우리 엄마가 그동안 고생 많으셨는데 그 정도는 선물로 당연한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내뱉었다. 가장 충격적인 건 그다음이었다. 남편은 글쓴이가 "너무 계산적인 것 같다"며 오히려 아내를 몰아붙였다. 예단비 유용 자체보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책망당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의 부모님은 이 소식을 듣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단순히 돈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선의가 이렇게 무시당했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떻게 신혼생활을 시작할지 불안해하는 딸을 보며 눈물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쓴이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웠다. 3천만 원이라는 액수도 문제지만, 더 큰 건 남편의 가치관이었다. 자신의 가족 욕심을 먼저 챙기고, 상대 부모님의 선의를 무시하면서도 뻔뻔하게 아내를 "계산적"이라 몰아붙이는 그 태도 말인 것으로 보인다.
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가 토로한 이 사연에는 몇 가지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법적으로 예단은 증여에 해당하므로, 받은 뒤 목적을 바꿔 쓴 것에 대해 돈을 강제로 돌려받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법률 해석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가 간 암묵적 합의가 있었거나 명시적 약속이 있었다면, 신뢰 파탄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인다. 이 사건의 진짜 문제는 그것도 아니다.
핵심은 "문제를 제기한 쪽이 역으로 몰아붙임 당하는" 화법이 이미 나타났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혼전에 드러난 이 패턴은 신혼 이후 갈등이 생길 때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아내가 뭔가를 지적하면 남편은 "너는 왜 그렇게 계산적이냐"라고 상대를 폄하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결혼은 금액을 나누는 거래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한 불의를 이야기했을 때 그것을 "계산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매도하는 태도는 결혼생활의 신뢰 토대를 흔들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글쓴이가 느낀 두려움은 단순한 겁쟁이의 불안이 아니라, 혼인 관계에 진입하기 전 보내온 명확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시어머니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동남아 최고급 리조트에서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이 전부 모여 호화롭게 여행을 즐기고 계시더라고요. 심지어 남은 돈으로는 본인 명품 가방 하나를 사셨다고 하네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