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집듯이 젓가락을 잡는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석과는 다르지만, 살면서 이 방식이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콩도 잘 잡고, 김치도 끄떡없이 찢어 먹는다. 원래 손으로 하는 일들을 잘해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릴 때부터 악기를 배웠고, 미술을 좋아해서 자주 그렸으며, 만드는 것도 즐겼다. 피아노 건반도 잘 누르고, 그림도 제법 깔끔했던 것도 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밀한 움직임이 필요한 활동들을 꾸준히 해온 탓인지, 젓가락도 굳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잘 다뤘다.

이직만 해도 3번 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번 새로운 회사에 다닐 때마다 팀 단위로 모여 밥을 먹는 자리가 있었다. 한두 달에 한 번 공식 회식도 있었고, 점심 때 상사나 동료와 밥을 나누는 일도 잦았다. 그렇게 누적된 시간만 해도 상당한데, 그 모든 순간에도 내 젓가락질을 언급한 사람은 없었다. 주먹을 쥐고 흘리며 먹지 않는 한, 사람들은 남의 젓가락질을 거의 보지 않는 것 같다.

더 흥미로운 건, 며느리로 삼겠다고 할 정도로 호의적인 상사나 선배들도 있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직장에서 따로 모임을 만들어 밥을 사주고, 사주궁합까지 보면서 관심을 드러내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내 젓가락을 바로잡거나 식사 예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그것이 정말 중요한 기본이었다면, 상대를 진심으로 아끼려고 할 때 자연스럽게 지적하거나 고쳐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친구들이 젓가락을 어떻게 쥐는지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한번도 신경 써본 적 없고, 굳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못 느꼈다. 지금 결혼한 친구들도 많지만, 그들의 젓가락 습관에 궁금한 적이 없다. 주변사람들이 서로를 그런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젓가락 예절이 정말로 사회 전체가 추구해야 할 기본이었다면, 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교에서는 연필을 올바르게 잡는 법부터 가르친다. 가정의 양육 역할이 부족해지자, 학교가 그 공백을 메우려고 노력하는 것인데, 젓가락은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정기를 끼워가며 배우는 항목이 아니라는 점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그것이 사회 전체가 반드시 고쳐야 할 기본이 아니라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젓가락 예절이 자주 화제다. 누군가의 영상 하나가 수십만 개의 댓글을 몰고 오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의 식탁에서는 정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친구들끼리도, 심지어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넷상의 담론과 실제 인간관계가 추구하는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온도 차는 젓가락 이슈가 현실보다는 온라인 규범 내에서만 과장되어 보인다는 지적을 타당하게 만든다.


📌 원문 발췌

진짜 살면서 단 한번도 내 젓가락질에 관심 가지는 사람 못 봄. 진짜 사회에서 중요한 예절이었으면 학교에서 애기들 젓가락 교정기 끼워가면서 배워줬을거임.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