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커뮤니티에서 정치 발언을 했다가 제재를 받았다.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이 훨씬 더 복잡하다. 유배를 당한 건 분명히 아내인데, 그 피해를 가장 극적으로 받는 건 나다.
현재 아내의 온라인 상태를 요약하면 이렇다. 커뮤니티에 접속할 수는 있지만, 어떤 기능도 쓸 수 없다. 추천 버튼? 불가능. 댓글 작성? 원천 차단. 게시물 업로드? 꿈도 못 꾼다. 마치 생명 없는 유령처럼 사이트 위를 떠다니기만 할 수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세계에 존재하지만 상호작용은 할 수 없는, '구천을 떠도는 귀신' 같은 신세다.
처음엔 아내도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금단증세가 도져 나타났다. 평소 하루에 수십 번씩 들어가던 그곳에 못 들어가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인 거다. 손가락이 자동으로 브라우저의 즐겨찾기를 누른다. 그러면 뭔가 불완전한 느낌이 든다. 마치 일상의 일부가 갑자기 사라진 것 같은 무력감이 정확하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의 화구는 어디로 향하는가. 바로 집 안이고, 더 정확히는 나를 향한다. 저녁마다 집에 들어가는 게 전투다. 아내는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내가 "어? 뭐 하는 거야?"라고 물으면, "아무것도 못 하지"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건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나에 대한 화인 거다. "넌 자유로운데 왜 날 안 봐?"라는 무언의 압박이 형태를 바꿔 나타나는 것 같다. 남편인 나는 여전히 자유롭게 커뮤니티를 사용하고 있으니까.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제재 기간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일곱째 날까지다. 앞으로 한 달이 넘게, 매일 이 상태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직장에서는 상사의 지적을 받고, 집에 와서는 아내의 화풀이를 받는다. 직장 상사는 피할 수 있지만, 아내는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아이러니한 순간이 찾아왔다. 아내가 갑자기 나한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귀신도 투표는 했어. 그 말 전해줘"라고. 커뮤니티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죽은 유령이 됐지만, 현실의 중요한 순간(투표)에는 똑바로 참여했다는 의미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괴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한 달, 온라인에서는 계속 유배 상태일 테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한 명의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거다.
결국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맛있는 거 사먹으면서 견뎌보자." 정치와 원칙으로 따지자면 아내의 행동을 옹호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다. 중요한 건 현실인 것으로 보인다. 한 달을 더 버티려면, 가정의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 음식이라도 좋은 걸로 위로해야 한다는 게 생존 전략처럼 느껴진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현재 커뮤니티 제재 중인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과 같은 집에 사는 가족이 있다면 전해주고 싶다. 유배 중인 당사자도 힘들지만, 그 감정을 매일 맞닥뜨리는 가족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거다.
📌 원문 발췌
구천을 떠돌며 추천도 못누르고 금단증세가 심각합니다. 다음달 7일까지 히스테리는 오로지 저의 몫이네요.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