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수십 년 동안 아들을 원해왔다. 어머니와 결혼해 아들을 낳으려 계속 노력했지만 결국 딸 둘만 얻었다. 그 딸 중 여동생이 남아를 낳았고, 아버지는 이 손주를 남다르게 아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여동생은 남편과 헤어지면서 싱글맘 신세가 됐고,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기까진 평범한 한국 가정 이야기다. 문제는 여동생의 이혼 이후에 터졌다. 아버지가 손주를 자신의 호적에 아들로 올리겠다는 주장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처음엔 글쓴이(아버지의 딸)가 강력히 반대해 일단 무마됐는데, 손주가 커질수록 아버지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가 들이대는 명분은 법적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상속·증여법상 손주에게 자산을 미리 증여하고 싶은데, 혹시 손주가 사망했을 때 이혼한 생부(여동생의 전남편)가 유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우려다. 생부가 지금 친권·양육권을 모두 상실했고 연락도 끊긴 상태인데도, 나중에 나타나 자녀 자산을 탐할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인 셈인 것으로 보인다.
이 명분은 얼핏 일리 있어 보인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여러 허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먼저 손주를 호적상 친아들로 등재하는 것, 즉 허위 출생신고는 민법상 무효다. 실제로 가능한 경로는 친양자 입양 절차인데, 이는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는 물론 가정법원 심판을 거쳐야 한다. 호적 담당자를 찾아가는 식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더 중요한 건 아버지의 우려 자체가 진짜 위험한지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 생부가 친권을 상실했다고 해서 법정상속인 지위까지 자동으로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친권 상실과 법정상속권은 별개의 법적 지위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버지의 우려는 이론적으로 근거가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호적 변경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 신탁이나 유언, 증여 계약서 등 다른 법적 수단으로도 충분히 설계 가능하다는 게 법리다.
이렇게 명분의 허점이 드러나면, 자연스럽게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정말 법적 보호가 목적일까, 아니면 숨겨진 욕구가 있는 건 아닐까. 아버지는 수십 년간 아들을 갈망해왔다. 손주에게 시선을 돌린 이유가 순전히 자산 보호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의 이름으로 아들을 만들고 싶은 더 근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글쓴이 입장에선 이해가 안 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자신은 친딸인데, 손주가 호적상 남동생이 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여동생도, 여동생의 아들도 당사자인데 그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다. 가족 구성원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상황에서, 한 사람의 오래된 소망이 호적이라는 법적 제도까지 움직이려 한다면 갈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결국 이 사건은 순수한 가족 감정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속법·가족법·친권 공백이 얽힌 복잡한 법적 현실을 드러낸다. 아버지의 명분이 소수점 단위로 정당해도,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반드시 호적 변경이어야 한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가족의 행복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법적 보호와 감정적 결정을 차라리 분리해서 보는 게 낫지 않을까.
📌 원문 발췌
손주를 아들로 호적에 올리고싶다고 처음 동생 이혼할때 얘기 꺼내시더니 몇년지나고 손주가 더 크니 다시 이야기 꺼내시네요 혹시라도 손주가 사고나서 세상을 먼저 떠나거나 한다면 그 자산소유권을 이혼한 애기아빠가 주장할수잇다고 하네요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