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바뀐 게 있네요."

아침 식탁에서 나온 말 한 마디였다. 첫째가 중증 장애인인 가정에서 그동안 울며 버텨온 아내였다. 각자도생이라며 힘내자던 시절도 있었고, 관련 단체의 연락을 받으며 직접 예산안 문서를 살펴본 지난 밤. 남편의 설명을 들으며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는 확신을 얻은 모양이었다. 아침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엔 절망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눈물이었던 것 같다.

클리앙 커뮤니티에 올려진 한 게시글인 것으로 보인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조직인 부모연대가 2027년 복지부 예산안 발표 소식을 함께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년 국회와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예산 투쟁을 반복해온 단체였기에, 이번 결과가 특별했던 모양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었다. 현실과 타협을 거듭해온 조직의 요구가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었다는 확인이었다.

구체적으로 뭐가 담겼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돌봄 서비스 영역의 변화다. 주간활동서비스와 방과후돌봄서비스, 통합돌봄(긴급돌봄 포함)의 인력 처우 개선안이 2027년 예산안에 포함됐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가정에서 가장 절실한 부분이 바로 이 '돌봄 공백'이었다. 아이가 학교에 간 후, 다시 집에 올 때까지의 시간. 부모가 일을 해야 하는데 돌봐줄 손이 없다는 현실이 계속됐다. 그 시간에 전문 인력이 투입되고, 그 인력의 급여와 처우가 개선된다는 것은 가정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문제였다.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의료급여 기준 확대안도 마련됐다. 장애 자녀가 있는 집이라도 가구 소득이 조금만 넘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던 문제가 있었다. 그로 인해 부모가 일을 줄이거나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번 개선안은 그 고리를 끊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장애연금 3급 확대, 일자리 확대, 이동권 확대, 가족지원금 신설 등도 예산안에 들어갔다. 단순 정책 항목처럼 보이지만, 이것들은 발달장애 부모들이 수년간 국회에서 목소리를 높여온 것들이었다. 부모연대 공고에 따르면 "어느 정부에서도 하지 못한 많은 정책들이 담겨 있다"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한 해 예산안에 이렇게 많은 항목이 동시에 반영되기는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국정과제와 맞물려 있다. 이는 단순한 예산 편성이 아니라, 돌봄 구조 자체를 국가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신호로 읽힌다. 그동안 부모가 모든 것을 감당하던 개별 가정의 문제에서 국가가 주체적으로 나서는 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지정한 만큼, 이번 예산안은 이를 실행에 옮기는 첫 단계로 보인다.

하지만 완성된 그림은 아직 아니다. 자립지원 예산, 특히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주거 및 생활서비스 지원 기준 마련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심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인 것으로 보인다. 농산어촌 지역의 서비스 공급 방안도, 종사자 처우 개선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였다.

"계속 걸어가다 보면 세상이 많이 바뀔 것"이라는 부모연대의 말처럼, 이번 예산안은 시작점일 뿐이었다. 중증 장애 자녀를 키우는 가정의 아침이 조금 더 밝아진 것 같아도, 실제 일상 변화로 이어지려면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고, 세부 계획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요구와 목소리들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아내의 눈물이 희망으로 바뀌는 과정은, 예산안 발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기서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실제로 바뀌는게 있구나 감사하다며 아침부터 또 울먹 하네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