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체 개수 하나로 무엇이 달라질까. 겉으로 봐선 대수롭지 않은 숫자 차이처럼 보이지만, 생명의 설계도인 DNA 차원에서 이 1개의 차이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인간의 염색체 46개와 침팬지·고릴라 같은 대형 유인원의 48개 사이의 차이는, 동료심사를 거친 연구들을 통해 우리 진화 역사의 물적 증거로 확립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2개가 적을까? 과학자들이 추정하는 바는 '융합'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조상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원래 따로 있던 두 염색체가 한데 붙으면서, 하나로 통합된 것이라는 설명인 것으로 보인다. 잃어진 게 아니라 합쳐진 것. 이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물론 증거가 필요하다. 인간의 2번 염색체 안에는 그 흔적이 세 겹으로 층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염색체의 '끝부분'을 보자. 정상적인 염색체라면 양쪽 끝에만 있어야 할 텔로미어라는 DNA 반복 서열이, 인간 2번 염색체의 내부 특정 영역(q13-q14.1)에 묘하게 남아 있다. 게다가 반대 방향으로 마주보고 있다. 이는 두 염색체의 머리와 꼬리가 붙으면서 생겨난 자국으로 보인다. 흡사 두 물건을 이어 붙이고 난 뒤 접합부가 선명하게 남는 것처럼, 분자 수준에서도 그 이음새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 흔적을 찾으려면 '중심절'이라 불리는 구조를 살펴야 한다. 세포가 나뉠 때 염색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이 부분은, 이론상 염색체당 정확히 하나씩만 기능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 2번 염색체에는 현재 정상 작동하는 중심절 외에, 한때 다른 염색체의 중심절이었으나 지금은 기능을 잃어버린 '유령' 같은 흔적이 함께 발견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두 염색체가 합쳐졌을 때 본래 두 개씩 있던 중심절 중 하나가 차츰 비활성화된 과정을 드러내 준다.
셋째, 유전자의 배열 순서를 추적해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침팬지의 경우 따로 떨어진 두 염색체에 나뉘어 있던 유전자들이, 인간의 2번 염색체에서는 마치 선형의 책처럼 연속되게 이어져 있다. 침팬지에 존재하는 두 개의 염색체를 머리와 꼬리로 이어붙이면, 인간 2번 염색체의 유전자 배열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세 가지 증거가 모두 독립적으로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마치 범죄 현장의 물적 증거들처럼, 서로 다른 '검사 기법'이 동일한 답을 내놓을 때 그 신뢰도는 급격히 높아진다. 텔로미어라는 분자 수준의 흔적, 중심절이라는 구조적 변화, 그리고 유전자 배열이라는 정보의 연속성.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사건을 증명한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정말로 두 염색체가 합쳐졌다는 사실 말인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정확히 언제, 어느 시점의 어떤 인간 계통에서 이 융합이 일어나고 고착되었는지는 지금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학적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대형 유인원은 24쌍(48개), 인간은 23쌍(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개의 조상 염색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융합(Fusion)'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설명됩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