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대부분의 전문가와 여론조사는 EU 잔류가 당연한 결과라 예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극적으로 탈퇴파가 승리하게 된다. BBC 드라마 '브렉시트: 언시빌 워'는 그 극반전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추적한다. 단순히 정치 캠페인의 승리를 그린 게 아니라, 대중의 인식 자체가 어떤 식으로 조작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시사가 크다.

드라마의 중심인물은 한 카리스마 넘치는 전략가다. 그는 탈퇴 진영에 영입된 후, 데이터를 무기로 한 캠페인을 시작한다. 핵심은 SNS 사용 기록과 소비 행태, 신용 점수 등 개인 데이터를 수집해 유권자를 세분화하는 것. 이런 방식의 데이터 활용은 실제로 2016년 당시 화제가 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과 맞닿아 있다. 드라마가 무서운 이유는 이것이 음모론이 아니라 실제로 공개된 기법이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분열의 세부 과정을 보면, 지역과 세대, 성별과 소득에 따라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 그룹에는 이민자가 문제라고 강조하고, 다른 그룹에는 제도권의 무능함을 부각한다. 심지어 같은 주제도 각 집단의 감정 뉘앙스에 맞춰 재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기성 시스템―정부, 언론, 전문가 집단―에 대한 불신이 의도적으로 심어진다. 마치 모두가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는 의심을 키우는 식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팩트와 논리가 이 프로세스를 막지 못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통계나 경제 전문가의 분석을 제시해도,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된 유권자에게는 "그것도 주류 매체와 전문가의 거짓"으로 해석된다. 불신과 분열이 먼저 심어진 토양에서는 그 어떤 합리적 증거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는 이런 현상을 여러 인물의 개별 이야기로 보여줌으로써, 추상적인 "여론 조작"을 인간의 심리라는 구체적 차원으로 번역한다.

결국 인식의 지형이 바뀐다. 원래 소수 의견이던 탈퇴론이 다수의 신념으로 돌변하고, 투표 전날까지도 "이건 불가능하다"고 믿던 많은 사람들이 그 새로운 현실 속으로 떠밀려간다. 이것이 인지전의 진짜 성공이라는 메시지를 드라마는 조용히 전한다.

연기 측면에서 주목할 점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완전 변신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영화배우로서 인기 절정이던 그가 극적으로 머리를 빡깎고 등장하는데, 화려함을 모두 제거한 그의 표정과 목소리만으로 냉철한 전략가의 매력과 위험성을 동시에 표현해낸다. 이 시각적, 목소리의 변화가 드라마의 메시지―개인의 정체성마저 전략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

2016년의 브렉시트에서 2024년의 각국 선거까지, 유사한 패턴의 캠페인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 원문 발췌

SNS 사용 기록 기반 유권자 타겟팅 알고리즘, 지역별 세대별 성별 소득별 분열 조장 및 맞춤형 캠페인을 통해 '팩트와 이성'이 얼마나 철저하게 무력한지를 보여준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