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 학원가 횡단보도 근처에서 6년간 자주 본 할머니가 있다. 비닐과 신문지를 깔아놓고 계절 내내 나물과 채소, 여러 종류의 밑반찬 같은 것들을 팔고 계신 분이었다. 처음엔 혼자 일하시는 줄로만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딱히 옆에 누군가 도와주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지 않았고, 그저 '저 할머니는 남편 분이 안 계신가 보다' 싶으며 지나치곤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은 우리가 타인의 생계 일을 볼 때, 전면에 드러나는 일하는 사람만 눈에 들어오기 쉽다. 길거리에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의 모습은 명확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뒤에서 짐을 챙겨 주고, 아침마다 데려다 주고, 오후에 데려가는 손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역할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된 건 얼마 전의 일이었다.

어느 날 예상 밖의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할머니가 팔고 계신 물건들과 비닐봉지 바리바리를 차에 실고 온 남편분이, 할머니를 내려주고 짐을 펴 놓은 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던 것으로 보인다. 6년을 봐 온 나도 그제야 이 할머니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오랜 시간 단편적인 판단을 하고 있었던 셈인 것으로 보인다.

그 후부터 비슷한 패턴의 장면들이 자꾸만 눈에 띄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회사 건물의 화장실 청소를 맡으신 어머니들도 오전과 오후에 남편분이 차로 태워 드리고 데려가신다. 한여름 뙤약볕 속에서, 겨울 칼바람 속에서 힘겨운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엔 미처 몰랐는데, 뒤에서 그걸 지탱하는 배우자의 손길이 있다는 게 보이면서 느낌이 달라졌다. 마치 빙산 위의 한 끝만 보다가, 수심 깊은 물 아래가 있다는 걸 깨닫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단순하게 판단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 백수인 남편이 아내를 그런 일까지 내보내는 건가' 싶었다. 왜 남편이 일을 하지 않는가, 왜 아내가 고생을 해야 하나, 왜 둘 다 그런 처지에 있는가. 집구석도 저리 보이는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다는 뉘앙스), 정말 힘든 삶을 사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겉으로 보이는 한두 가지 정보만으로도 전체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이 얼마나 건방떨었는지 자각하게 됐다. 나는 그들의 삶에 대해 정말 겉면의 한두 장면만 알고 있었다. 아침에 차로 내려주고 오후에 데려가는 그것, 길거리에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의 모습, 그것만으로 누가 누구를 어떻게 부양하는지, 어떤 이유에서 이런 일을 함께 하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다 안다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그 뒤에는 내가 절대 알 수 없는 사연이, 배우자 간의 선택이, 인생살이의 타협이, 서로를 지탱하는 방식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사람의 인생은 거리에서 마주친 한 순간만으로는 절대로 다 읽혀질 수 없다. 우리가 본 것은 한 각도의 스냅샷일 뿐이고, 그 뒤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숨어 있을지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겸손해지는 순간, 길거리의 할머니도, 건물 청소를 하시는 어머니들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 원문 발췌

당연히 남편 없는 할머니인 줄 알았는데 얼마 전에 보니까 이 할머니 남편이 차로 할머니 나물이랑 비닐봉지 바리바리 챙겨서 길에 내려주고는 슝- 가더라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