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브컬처(만화·애니) 신작들을 훑어보면 한 가지 패턴이 눈에 띈다.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여성 캐릭터들의 설정이 이전과 180도 다르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서브컬처 여주인공이 청순함·헌신·도덕성을 기본값으로 삼았다면, 최근 히트작들은 폭식·허언·신체적 자멸·범죄전력 같은 '사회적 낙오' 요소를 오히려 캐릭터 개성의 핵심으로 내놓고 있다. 이 역설적 현상은 단순 자극 추구가 아니라 '완벽하지 않아도 서사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수용자 심리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흐름의 시작점을 거슬러올라가면 키쿠리나 노아선배 같은 캐릭터들이 있다. 이들은 아직 '일탈'의 수준이 온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규범을 살짝 비틀되, 그 결함이 귀여움이나 호감으로 읽혀지는 정도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물꼬를 타고 작품들이 쌓이면서 캐릭터 설정은 급속도로 극단화된다. 폭식증에 빠진 여주인공, 파칭코와 슬롯머신으로 생활하는 캐릭터, 자신의 신체를 팔아 생활비를 버는 동시에 만화를 그리는 캐릭터. 허언증을 가진 인물, 횡령 전력·파칭코 경험·동인작가 활동·AV회사 경영까지 한 몸에 담은 캐릭터에 이르면, 이제 "하자"가 설정의 메인이 되어 있다. 각 작품이 이전 작품보다 더 극단적인 배경을 경쟁하듯 덧붙이는 에스컬레이션 구조를 띠는 것 같다.
이 지점에 도달하면 캐릭터 설정 자체가 자멸을 지향하기 시작한다. 담배 중독으로 5년 내 사망하도록 설계된 여주인공. 감옥에 들어갔다 나온 경력을 지닌 캐릭터들. 극도로 유머감각이 없는 캐릭터. 게임 중독에 빠진 인물. 역시 5년 내 사망이 설정인 캐릭터들. 이들은 이제 단순히 '결함 있는 인물'을 넘어, 자기 파괴적 설정 자체가 매력의 포인트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 극단적으로는, 야쿠자나 경찰 같은 존재를 미소녀 스킨으로 포장한 캐릭터까지 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실제로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웹 아이돌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경우, 등장인물이 거의 모두 인성적 결함을 지닌 여성들인데도 2주년을 맞이해 신 앨범을 발표하며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결함이 '개성'으로 소비되는 새로운 캐릭터 설계 패러다임이 성립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중은 이제 결점을 보면서 그 인물에 대한 관심을 버리는 대신, 오히려 그 결점이 무엇으로 채워질지, 어떻게 작동할지를 보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현상은 서브컬처 만화계의 근본적 문법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완벽성의 추구가 현재 소비 취향에서 밀려나고, 불완전성과 자기모순이 오히려 스토리의 동력으로 기능하는 것 같다. 인성, 신체, 전력 어디든 하자가 있어도 그 작품이 흥행하는 현상은, 결국 서사의 주인공 자격을 묻는 기준이 얼마나 빠르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로 읽힌다.
📌 원문 발췌
폭식의 모치즈키부터 담배로 5년내 죽는 야니네코, 감옥다녀온 야쿠네코까지. 웹 아이돌 애니는 등장인물 전원이 인성 쓰레기인데도 2주년에 신 앨범 내고 잘 나간다.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