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를 마친 뒤 상대가 일기를 써준다. 처음엔 솔직히 신기한 일이었다. 누군가 자신과의 시간을 따로 기록해두고 싶다는 것, 그리고 그 기록을 남기려는 행동이 사랑받는다는 기분을 주었다. 그런데 이제 알게 됐다. 만난 사람마다, 정확히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지금 사귀는 사람이 벌써 세 번째인데, 아직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같은 패턴이 드러났다.

처음 사귀던 사람도 그랬다. 데이트가 끝나면 일기를 써줬다. 그 다음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엔 그것이 순수한 설렘이었다. 상대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행동으로만 느껴졌다. 나를 기억하고 싶은 마음, 우리 둘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런 것들이 일기에 담겨 있다고 믿었다.

요청한 적도 없었다. 오히려 왜 매번 일기를 쓰냐고 진지하게 물어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았다. 그 당시엔 그것을 귀여운 집착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혹은 자신을 깊이 있게 사랑한다는 증거로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졌다. 첫 번째 애인이 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열심히 써던 일기는 점점 잦아들었고, 결국 완전히 사라졌다. 두 번째 애인도 정확히 같은 과정을 밟았다. 초반의 열정적이고 세심한 행동이 자연스럽게 식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때마다 약간의 실망감이 있었다. 아, 결국 이것도 처음뿐인가 하는 마음.

이제 세 번째인 것으로 보인다. 데이트 후 일기를 써주는 모습을 보면, 이미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변할 거라는 생각이 들고, 그것이 변할 것이라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예상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패턴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행동을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차피 변할 일에 설레는 마음을 먼저 주지 말자는 마음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실망을 반복 경험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방어막을 치게 된 것 같다. 아,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연애 초반의 설레는 행동들—일기, 매일의 연락, 손편지 같은 것들—은 흔히 '허니문 기간'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방에게 쏟아붓는 열정과 관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안정화되는 게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관계가 성숙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글쓴이가 경험한 것도 이와 같은 심리적 패턴이었다. 다만 그것이 한 번, 두 번, 세 번이나 반복되면서 더 이상 그 과정 자체를 설렘으로 즐기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기대 자체를 포기하는 것도 일종의 자기보호다. 세 번이나 같은 경험을 하면서 무의식 중에 마음을 지키려는 방어 태도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게 건강한 대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연애 자체의 기쁨을 미리 포기해버린다는 마음도 든다.


📌 원문 발췌

요청한 적도 없었는데 오히려 그걸 왜 쓰냐고 진지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어차피 변할 거 일기 쓰는 거 시작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인데.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