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첫 만남에서 시어머니는 "난 다른 시어머니들과 달라"고 명확하게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통적인 시집살이를 강요하지 않는, 며느리를 배려하는 현대적이고 깨어있는 시어머니라는 자기 표현이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온 것은 자주 전화해달라는 요청과 신혼집을 자기 집 근처로 정해달라는 기대였다. 선의와 기대가 섞인 첫 인상이었다.
시어머니의 생신 때는 어땠을까. 며느리는 정성을 들였다. 10만원짜리 특별 주문 케이크, 시어머니가 좋아한다는 비싼 해산물 레스토랑, 그리고 용돈까지 챙겨 선물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서 시어머니의 반응은 "난 생일상 같은 건 안 바래"였다. 며느리도 일을 하는데 생일상을 차릴 여유가 있겠냐면서, 식당에서 간단히 밥 한 끼 하는 것이 "편하고 좋다"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식당 직원이 보기에도 이런 시어머니는 드물다며 자신의 배려를 칭찬했고, 시어머니는 그 칭찬에 더욱 자신의 '좋은 시어머니' 이미지를 확인하는 듯 보였다.
그러면 며느리의 생일은 어떻게 된 일일까. 문제가 여기서 시작된다.
시어머니가 미리 알고 있던 사실은 며느리가 해산물을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취향이 맞지 않는 것일 뿐 알러지는 아니지만,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며느리의 생일 밥을 사겠다며 먼저 나선 시어머니는, 여름의 '몸보신'을 위해서라고 이유를 붙인 뒤 전복 전문점으로 예약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시어머니는 직원 앞에서 "오늘 우리 며느리 생일인데 내가 쏜다"고 선포한 것으로 전해진다. 테이블에서는 신나게 해산물을 즐겼다. 며느리가 먹을 수 있는 반찬은 거의 없었다. 맨밥에 미역국을 말아 먹는 것으로 끼니를 때워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어머니는 계속 "맛있지 않니?", "많이 먹어"라고 묻고 권한 것으로 전해진다. 뭔가 깨작대는 며느리의 모습에 "먹을 게 있어야 먹는 거"라는 불만도 흘러나왔다. 그러면서도 곧바로 "몸보신을 잘했으니 이번 여름도 끄떡없을 것"이라고, 자신의 '배려 행동'이 성공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식의 일들이 쌓이면서, 며느리는 묘한 감정에 빠진다. 상대는 나쁜 의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진심으로 배려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말하고 다닌다. 그런데 정작 며느리의 선호와 상황을 무시한 행동들이 반복된다.
이럴 때 피해를 호소하기란 더 어렵다. 왜냐하면 상대는 '좋은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비판하는 쪽이 오히려 '이 좋은 분에게 감사할 줄 모르는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남편은 이 모든 일을 지켜보면서도 특별한 의견이 없어 보인다. "엄마가 그렇대", "별로 큰 일도 아닌데"하는 식인 것으로 보인다. 며느리가 힘들다고 하면, 엄마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뿐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외로워진다. 자신의 느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면서, 혼자서만 무언가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최근 시어머니는 한 유튜브 영상을 보냈다. 며느리를 학대하고 이간질을 시키는 악독한 시어머니가 등장하는 드라마 내용이었다. "이런 시어머니도 있나"라고, 놀라운 듯 웃으면서.
자신은 절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얼마나 다른지를 무언중에 강조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버거웠다.
상대가 나쁜 시어머니로 낙인 될 여지가 없으니, 자신의 고충을 말할 수가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선의로 포장된 자기중심성과, 그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만 생존할 수 있는 관계의 딜레마. 결혼한 지 1년도 안 되어 벌써 그것이 무언가를 갉아먹고 있었다.
📌 원문 발췌
난 다른 시엄마들이랑 달라. 며느리도 남의집 귀한딸인데 그렇게 대하면 되겠어? 너도 무서운 시어머니 만날까봐 걱정 많았을텐데 걱정 안해도 돼. 나는 달라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