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 누나로부터 비보를 듣던 그날, 모든 게 멈췄다. 두 살 터울의 사촌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이른 나이에, 갑자기. 이어폰을 빼면서 몇 번을 다시 묻게 됐다. 확실한가. 정말인가. 어린 시절 그렇게 자주 싸우던 그 녀석이, 더는 없다는 게 현실이 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음이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어릴 때 모습부터 떠올랐다. 자랑하고 괴롭히고 싸웠던 일상. 당신이 뭔가 얘기할 때 시끄럽고 귀찮다며 제대로 들어주지 않던 시절들이 있었다. 어린이라고 핑계 대며 무시한 것 같다. 그럼에도 그건 자연스러운 형제 같은 관계였고, 언제든 또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무언의 확신이 있었다. 가까우니까 괜찮다는 생각. 그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이것이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 친할수록, 자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할수록 '언제든 연락하면 되지'라는 막연한 안도감이 생긴다. 그 안도감이 치명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연락이 자꾸 미뤄진다. 다음주에, 다음달에, 언젠가는. 중요한 말도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그렇게 미루는 사이 시간이 흘러간다. 정말로, 돌이킬 수 없게.

작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신과 나눈 마지막 안부 인사. 당신은 조용히 연애를 하고 있다며, 어머니께 용돈을 드리고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어머니를 챙기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었다. 그 정도의 대화가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는가. 더 물어볼 게 있었는데. 당신이 지금 어떤 사람으로 지내고 있는지, 뭐가 필요한지, 혼자는 아닌지 챙겨줄 게 있었는데, 그 다음이 영영 없었다.

당신의 컴퓨터를 뒤늦게 열어본 것은 당신을 몰랐다는 죄책감을 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일들이 무엇으로 가득했는가. 축제, 행사, 부스, 각종 기획과 일들. 그동안 당신은 그렇게 생활했단 말인가. 바쁜 나날들을 보냈을 것 같다. 당신은 글도 잘 썼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는데, 나는 당신이 지금까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공백의 시간들이 그렇게 쌓여 있었다.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돼지고기 삼겹살 먹자'고 한 마디를 더 건넬 수 있었다. '글 정말 잘 쓴다'고 당신 앞에서 직접 말해줄 수 있었다. 이런 단순한 말 한 마디, 한 번의 만남이 얼마나 중한지를 이제야 안다. 너무 늦게.

후회는 거창한 배신이나 큰 실수에서만 오지 않는다. 무심코 미룬 전화 한 통, 제대로 들어주지 않은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한 칭찬 한두 개. 이런 작은 것들이 쌓여서, 돌이킬 수 없는 공백을 만들어 낸다. 가까워서 안심했던 그 관계가, 그렇게 끝난다.

당신을 추도하며,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미루지 않겠다. 당신이 가르쳐준 것.


📌 원문 발췌

저랑 딱 두살 차이 나던 동생이 세상소풍 마치고 하늘나라 문을 두드리네요. 어릴때 그렇게 싸웠는데 좀 잘해줄걸. 돼지고기 삼겹살 먹자고 할걸.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