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책사에서 찾기 어려운 사례가 하나 있다. 희귀 조류 한 종을 살리기 위해 다른 동물을 제거해야 했는데, 동물을 보호하려는 목소리가 그 계획을 저지해 버린 경우다. 특정 도서 지역의 멸종위기 조류 보호를 둘러싼 이 갈등은 지난 20년간 한국 정부가 생태계 관리와 동물복지 사이에서 일관된 방향을 잡지 못해 온 흐름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사건인 것으로 보인다.

뿌리는 생각보다 깊다. 1990년대 초, 정부는 들고양이를 생태계를 훼손하는 동물로 본 뒤 유해조수로 지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간이 들여온 가축과 반려동물이 야생화되면서 자연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판단이었다. 이 분류는 2004년 새로운 야생동물 관련 법이 제정되면서 법적 명칭이 바뀌었고, 2005년 새 법이 시행됐다. 다만 법령의 이름만 달라졌을 뿐, 들고양이 제거 방식은 기존과 거의 같았다. 포획과 안락사, 심지어 총기 사용까지도 법적 근거 하에 이뤄졌다.

문제는 2010년대부터다. 반려동물 문화가 국내에서 본격 확산되면서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더 이상 고양이를 일방적인 '해충'으로만 볼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길고양이라는 표현도 이 시기쯤 자리잡았고, 이들을 돌보는 '캣맘' 문화도 생겼다. 정부 정책도 이런 변화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특정 도서에 사는 수백 마리 고양이 제거 계획이 추진됐다. 멸종위기 조류 한 종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당국은 처음엔 포획 고양이를 시설로 옮겨 입양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1차로 45마리만 반출된 뒤 동물보호 단체와 캣맘들의 강한 반대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정된 2차 반출은 무기한 연기되고, 지금까지 그 상태가 이어진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그 와중에 정책 기준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2022년 후반부터 들고양이 관리 지침이 수정됐는데, 법에 명시된 총기 사용 근거가 삭제되고 안락사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개정됐다. 동물 단체의 요청에 따라 일부 포획 도구도 제외되었다. 그 결과, 광범위하게 흩어진 모든 고양이를 포획하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입장에 따라 다르다. 동물보호 진영에선 정당한 개정이라고 본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생태계 전문가들은 멸종위기종 보호의 법적·기술적 근거가 약해졌다고 지적한다. 20년 전엔 정책의 목표가 명확했지만, 지금은 서로 다른 가치 사이에서 중간을 찾다가 결국 둘 다 완성하지 못한 결과다.

한국의 생태계 보호와 동물복지 정책의 미래가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불분명해 보인다.


📌 원문 발췌

들고양이는 생태계 교란을 이유로 1994년에 유해조수로 지정되었습니다. ***도의 멸종위기종 뿔쇠오리를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들의 반출을 논의했을 때 안락사, 총기 사용등도 논의됐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