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 중 가장 억울한 상황을 꼽는다면, 이런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한 경기에서 7점차 리드를 기록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벌써 대세는 결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더 이상 역전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는데, 우천이 점점 심해지면서 심판진이 결국 노게임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노게임 선언이 내려진 지 정확히 10분 후, 하늘이 완전히 개버렸다. 구름이 순식간에 걷혀나가고 햇빛이 내려쬐었다. 팬들도, 선수들도 그것을 봤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선언된 노게임을 되돌릴 수는 없었지만, 그 타이밍의 아이러니함은 누구나 느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프로야구 규정을 이해하면 이 상황의 무게가 더 와닿는다. 경기는 최소 5이닝(홈팀이 공격을 마쳤을 때 기준) 이상 진행되어야 공식 기록으로 인정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노게임 처리되고, 그 경기의 모든 기록이 무효가 된다. 팀의 승리뿐 아니라 개인 선수의 안타, 홈런, 승리 기록도 사라진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통산 기록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당시 경기는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을까. 경기 성립까지 필요한 이닝은 단 2이닝(두 이닝)이었다고 한다. 즉, 이미 4이닝을 조금 넘게 진행했다는 의미다. 정규 경기로 인정받으려면 추가로 2이닝만 더 진행하면 됐다. 이미 쌓여 있던 7점차 리드라면 이 정도는 충분히 지켜낼 수 있는 점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심판진이 노게임을 선언했을까. 당시 빗줄기가 심했을 것 같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판단이었을 거다. 선수들의 부상 위험, 경기장의 미끄러운 잔디 상태, 날아가는 공의 통제 불능 상황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심판진의 판단은 당시로서 합리적이었을 것 같다. 규정을 따르는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그 직후 상황이 문제였다.

심판진이 경기 중단을 선언한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마치 신의 장난처럼 빗구름이 순식간에 걷혀났다. 하늘이 활짝 개버렸고 햇빛이 또렷하게 내려왔다. 만약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또는 조금만 더 빨리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경기는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고, 7점차 리드는 승리로 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의 활약도 통산 기록에 영원히 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는 팬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는 하늘의 변덕을 탓했고, 일부는 타이밍의 황당함을 표현했다고 전해진다.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2이닝이 뭐 하는 건데'라는 반응도 여러 곳에서 나왔다. 스포츠의 냉정함과 타이밍의 잔인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물론 스포츠에선 이런 일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규정은 규정이고, 당시 판단은 최선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러니한 타이밍은 드물다. 거의 확정된 승리가 불과 10분의 날씨 변화로 기록에서 완전히 사라진 이 사건은 스포츠의 냉정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장면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두이닝만 더하면 경기성립이었음

원본 출처: 더쿠 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