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 봉쇄 혐의로 기소된 군 고위 장교 7명이 법정에서 던진 항변이 눈길을 끈다. 특검이 이들에게 징역 10년을 훨씬 넘는 중형을 구형한 가운데, 피고들이 공통으로 내세운 주장이 있다. 바로 '정치적 목적이 없었다'는 변론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국회 봉쇄 작전 지휘 혐의를 받는 *** 대령에게 징역 18년을, *** 전 여단장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구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함께 재판받는 나머지 장교들도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이 같은 중형 구형은 당시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에 난입하려던 행위가 법 체계에서 얼마나 중대한 범죄로 평가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피고들의 최후진술은 주목할 만한 지점을 드러낸다. 한 피고는 "내란을 수행했다는 건 너무 치욕적"이라며 "어떠한 정치적 목적도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 전 본부장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죄명으로 기소된 것에 대한 가혹함으로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고 법정에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항변에 흐르는 공통의 맥락이 있다. 자신들은 상급자의 명령을 따랐을 뿐, 국가의 정권 구조를 뒤흔들려는 목적으로 행동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형법학적 관점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내란죄는 전형적인 '목적범'으로 분류되는 범죄다. 즉, 행위자가 특정 목적(국가 정권의 전복)을 실현하려는 의도 위에서 행위를 했을 때만 성립하는 범죄라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폭력이나 공공질서 위반과는 다르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이 논리를 따르면, 피고들의 주장처럼 정치적 목적이 없었다면 내란죄 성립 여부 자체가 법적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이 이 항변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핵심은 명령에 따랐다는 것만으로 위법한 국가 행위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 조직 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개인의 법적 책임을 얼마나 제한할 수 있는가 하는 쟁점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도 '명령 따름'을 이유로 한 책임 회피는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은 바 있다.
한 익명 게시판의 커뮤니티에는 "그냥 어떠한 목적도 없이 내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건가??"라는 반응이 올라왔다. 피고들의 항변 자체가 내란죄의 법적 정의와 모순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으로 읽힌다.
1심 판결의 방향이 주목되는 이유는, 이 사건이 단순히 개별 장교들의 형사 책임을 판단하는 것을 넘어, 군 조직 내 명령 체계와 개인의 법적 책임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군 전체의 후속 징계 및 재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주목되는 대목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