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방문미술 수업에서 나눈 대화였다. 수업을 마친 후 미술 선생님과 아이의 학습 진도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에, 선생님이 다음 공모전 참가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느 대회에 도전해 보라고, 작년처럼 입상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그 말 자체는 격려적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순간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번부터는 달라진다는 거였다. 입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성적이 학교로 통보되지 않을 거라는 말씀이었다. 개인에게만 결과가 전달되며, 학교 공동체 안에서 그 성취가 인정받는 자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됐다.

작년은 어땠냐고 물으니 선생님이 설명해 주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공모전 입상 소식이 학교로 도달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간단하지만 시상식도 있었고, 아이가 노력해서 얻은 성과가 학교라는 한 공간에서나마 인정받고 축하받는 경험이 있었단 거다. 입상한 학생 개인뿐 아니라, 그 학생의 부모, 그리고 그 학생을 가르친 선생님까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 왜 갑자기 바뀐 거냐고 다시 물어봤다. 선생님은 조금 어려운 표정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학교로 들어온 민원이 있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학부모들이 제기한 의견인 것으로 보인다. 입상에 떨어진 아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공모전에서 수상하지 못한 학생들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입상 통보와 시상식 개최를 중단하기로 학교 차원에서 결정했다는 설명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생각이 엮여들었다. 첫 번째는 의도의 문제다. 탈락한 아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배려 자체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 더 복잡해진다.

입상한 아이의 노력이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 된다는 거다. 시상식이 없고, 입상 소식이 학교에 도달하지 않으면, 그 아이의 성취는 어떻게 인식될까. 단순히 시상식이라는 행사가 사라지는 것 이상의 문제다. 성취 자체가 비가시화되고, 노력과 결과를 연결하는 고리가 약해진다.

또 다른 의문도 든다. 정말 이런 구조가 탈락한 아이를 실질적으로 보호할까.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서 누군가는 입상했고 누군가는 못 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질까. 오히려 공식적인 축하와 인정의 자리를 없애는 것이, 노력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약화시키는 건 아닐까.

얼마 전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다. 학부모들의 터무니없는 민원과 학교의 과도한 양보가 만들어내는 황당한 상황들 말인 것으로 보인다. 화면에선 '저런 일은 현실에선 있을 리가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봤었다. 그런데 어제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그 드라마 에피소드들이 실은 얼마나 현실에 가까운지 깨닫게 됐다. 그 깨달음은 황당하기도 하고, 아이의 교육을 책임지는 입장으로서 씁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 원문 발췌

입상을 하게 되더라도 개인에게만 통보를 해준다고 하더라구요. 다른 학부모들이 입상 못하는 아이들이 위축된다는 이유로 시상식은 갖지 않도록 했다고 하더라구요.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