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정에서 나고 자라다 부잣집 시집을 오게 됐다. 그동안 가져본 적 없는 '큰' 것들이 한 번에 들어왔다. 시부모는 거의 즉시 자신들의 집 근처에 집을 마련해줬고, 토요일마다 들어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빠질 수 없는 일정. 가는 대로 파인다이닝이 나오고, 명확한 역할이 주어진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거부할 수 없다.
시아버지는 고급차와 운동 센터 연간이용권을 끊어줬다. 표면상 선물이지만, 결국 시어머니를 모시고 운동을 다니는 기사 역할을 맡게 되는 구조였다. 고급차와 건강 관리의 대가로 시간과 자율성이 거둬진다. 이걸 선물이라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
한 달에 두 번은 호텔 숙박을 챙겨준다. 가만 보면 배란일 근처다. 거의 대부분. 1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도 보내는데, 한 번은 꼭 함께한다. 비즈니스 클래스나 퍼스트는 당연하다. 비행기 탈 때마다 손자를 원한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표면상 로맨틱한 휴가지만, 목적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안 만날 때는 돈을 직접 주지 않는다. 대신 만날 때마다 경험을 산다. 고급스럽고 비싼 경험들로. 콘서트 VIP석, 음악회, 운동경기 최고의 자리, 헬리콥터 투어, 경매 행사—이런 식으로 서서히 포위당한다.
현금 없는 세상에서 자율성은 빠져나간다. 매번 그들의 의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어디를 보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이미 정해져 있다. 선택은 환상이고, 표면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내부는 정교한 구속인 것으로 보인다.
표면상 매너 있는 태도지만, 가끔 미묘한 까내림도 있다. 아주 세밀한 것들. 다만 내가 바깥에서 상처를 입거나 무시당하는 일은 못참는다. 그 모순이 묘하게 든든하다. 배척과 포용이 한데 섞인 감정.
살면서 처음으로 "망해도 어떻게든 된다"는 안정감을 느낀다. 남편도 그 안전망 안에 있다. 돈은 예전보다 모이지만, 수중에는 없다. 전부 경험으로 주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선택권도 줄어들고, 매번 그들의 리드를 따라야 한다. 부유함과 자유는 별개라는 걸 알게 된다.
공식적인 시집살이는 없다는 게 다행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집안 행사는 절대 빠질 수 없다. 아들 세례식, 딸의 생일 파티, 명절 모임—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행사들을 지켜보는 것도 일상인 것으로 보인다. 손자손녀들에게 쏟는 돈을 보면 혀를 찬다. 언젠가 나도 자녀에게 그만큼 해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생긴다. 그게 또 다른 순환의 고리인지도 모르지만.
오늘따라 유난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누 아들 세례식으로 온가족이 번쩍거리며 다녀왔는데, 진이 빠져 움직이지 못할 지경인 것으로 보인다. 미사, 파티, 기념사진, 축하 인사—끝이 없다. 결국 시아버지가 끊어준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으며 한숨을 쉬고 있다. 웃기게도, 시가가 주는 피로를 시가가 끊어준 시설에서 푼다. 그 완벽한 순환 구조 속에서 나는 이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
📌 원문 발췌
다들 매너있게 나를 대하면서도 가끔 미묘하게 까내릴 때도 있음 근데 또 내가 밖에서 당하는건 못참으심. 살면서 처음으로 남편포함 내가 망해도 어떻게든 된다는 안정감이 있음.
원본 출처: 네이트판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