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특정 정치인의 언론 출연을 계기로, 진행 중인 정당 쇄신 논쟁을 아파트 재건축에 비유해 설명한 글이 올라왔다. 흥미로운 비유지만, 그 안에 숨겨진 전제들을 들여다보면 정치와 건축은 결국 다른 영역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글쓴이가 제시한 논리는 이렇다. 현재의 정당은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노후 건물과 같다는 것이다. 기존 지지층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하고, 주변에는 현대식 신축 건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30대 신혼부부 같은 새로운 세대는 그런 신축 건물을 선호한다는 현실을 지적한다. 따라서 노후한 건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과감한 재건축을 통해 근본적으로 새로워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정당 쇄신에 적용하면, 혁신적 변화의 필요성이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기존 지지층만으로는 외연 확장이 어렵다는 점, 새로운 정치세력에 표를 빼앗기고 있다는 점은 통계와 여론조사로도 확인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멈춰야 한다. 아파트와 정당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파트 재건축은 동의율이 법적 기준을 넘으면 소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할 수 있다. 재산권 침해를 보상하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당은 그럴 수 없다. 정당원들은 경제적 이해관계뿐 아니라 신념, 정체성, 가치관으로도 결집하기 때문이다.
동의율이 70%, 80%에 이른다 해도, 반대하는 20~30%의 이탈은 이미 현실이 된다. 아파트처럼 강제 보상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원들은 손쉽게 다른 정당으로 옮기거나, 표를 주지 않거나, 심지어 경쟁 정당을 지지할 수도 있다. 이것이 정치의 현실이다.
글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쇄신에 반대하는 입장을 알박기로 표현한 대목이다. 이는 상대방의 반대를 순전히 사익 추구로 해석한다는 뜻인데, 정치에서는 이 같은 단순화가 위험하다. 정치적 신념에 기반한 반대와 자신의 이득을 위한 반대는 구별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정당의 기본 철학을 지키겠다며 반대하는 것과,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며 반대하는 것은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대의 모든 반대를 알박기로 치부하면, 정당 내 신념적 분화를 무시하는 셈이다. 그리고 바로 이 무시가 갈등을 더 깊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다수가 동의한다고 해서 그 방향이 항상 올바른 선택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당은 그 근본적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지지층이 있다. 이 지지층이 강하게 반대하는 변화를 강행하는 것이 과연 생존 전략일지, 아니면 위기를 더 심화시킬지는 궁극적으로 선거 결과로만 검증된다.
재건축을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현 정체성으로 집결하자는 주장은 서로 다른 생존 전략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전혀 다른 정치 철학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결국 유권자의 선택이자, 다음 선거의 검증 대상이다.
이 논쟁은 민주당, 나아가 여러 정당이 반복적으로 경험해온 구조적 갈등을 보여준다. 세대 갈등, 노선 갈등, 그리고 정체성 수호와 외연 확장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다. 글쓴이의 아파트 비유는 한쪽 입장의 논리를 매우 잘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치라는 영역의 특수성—신념적 분화, 자발적 이탈의 자유, 다수결의 한계—을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 차이가 바로 건축과 정치를 구분 짓는 지점이다.
📌 원문 발췌
그 낡은 건물은언젠가 사람이 살수없는 건물이 될꺼고 나중엔 무너지겠죠. 동의율이 부족하면 재건축못하는가고 동의율이 채워지면 재건축 가는겁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