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쯤, 누군가는 익명 게시판에 감정글을 올렸다. 무언가 마음에 걸렸던 일, 누군가에게서 받은 상처, 아니면 그저 화풀이가 필요했던 순간일 것으로 보인다. 익명 게시판이라는 공간이 주는 자유함은 실제로 크다.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하니까 솔직하게 마음 가는 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이핑하는 손가락은 빠르고, 마음속 감정은 거리낌 없이 화면에 흘러나온다. 한 글자, 한 글자가 클릭되고, 결국 '올리기' 버튼까지 눌러진다.
여기서 누나가 나선다. "그런 글은 밤에 쓰는 거 아니야"라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아침에 눈을 떠서 어젯밤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그 글을 쓴 자신을 죽이고 싶을 수도 있다는 경고다. 단순한 훈계가 아니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 누나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감정적 충동으로 남긴 말이 얼마나 후회를 남기는지, 누나는 잘 알고 있다.
누나 자신도 어릴 때 그런 경험이 많았다고 덧붙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진실인 것으로 보인다. 감정의 온도가 높을 때 쓴 글은, 온도가 내려가면 남이 쓴 글처럼 느껴진다. 어제의 나를 이해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온다는 것으로 보인다. "뭐 하는 짓이야"라고 중얼거리게 된다.
그런데 더 심각한 부분이 있다. 누나는 이미 흑역사가 몇 개 쌓여 있다고 지적한다. 한두 번이면 충동성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이렇게 반복되면 패턴으로 여겨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그만 만들자"는 누나의 말에는, 단순한 충고가 아니라 절절한 요청이 담겨 있다. 형제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더 핵심적인 조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긁혔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면, 그것이 지는 것이라는 말인 것으로 보인다. 감정이 상했다는 것을 노출하면 할수록, 상대방에게 유리한 카드를 건네주는 셈이 된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온라인 커뮤니티만의 원칙이라고만 할 수 없다. 현실에서도 통한다고 여겨지는 인생의 지혜이기도 하다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환경에서 "내가 상처받았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행동은, 역설적으로 자신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반응인 것으로 보인다. 침묵하고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힘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조언으로 읽힌다. 상대방은 당신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모르고, 그래서 그에 맞춰 더 이상의 말을 건네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모른다는 것이, 때로는 최고의 방어가 된다.
마지막에 누나는 따뜻한 일침으로 마무리한다. 죄송하지만 웃음이 난다며, 자신이 본 어떤 경험담 때문이라고 말한다. 형제를 진심으로 걱정하면서도, 그 사이에 녹아있는 따뜻함과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다. 충고와 동시에 "그래도 넌 내 형제다"라는 메시지를 함께 담는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밤에 그런 글은 쓰는거 아니야.. 내일 아침에 눈떠서 니가 쓴글 다시 읽어보면 지난밤의 널 죽이고 싶을지도 몰라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