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팀쿡이 메모리 제조사들의 가격 책정 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내용이 클리앙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가격 인상 부담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구매 시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 타당한 비판처럼 들린다.
그런데 마이크론의 최고경영자는 이에 대해 역설적인 반박을 내놨다. 이야기는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모리 시장이 극도의 침체에 빠져있던 그 시절, 일부 주요 고객사들이 상황을 악용해 공급사의 가격을 깎아내리려 했다는 것. 단순한 가격 협상이 아니라, 제품 원가를 밑도는 수준으로 강압적 협상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마이크론 CEO는 당시 이러한 방식이 건설적이지 않다고 몇 번이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극단적인 가격 압박은 계속됐다. 결과는 어땠을까. 회사의 매출 총이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팔아야 했던 것. 이 상황이 설비 투자 의욕을 완전히 꺾어 놨다.
메모리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면 여기서 중요한 구조가 보인다. 반도체 제조는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수다. 새로운 생산 라인을 갖춰야 하고, 기존 시설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침체기에 주요 고객사들이 극단적으로 가격을 내릴 때, 공급사 입장에서는 투자를 미루거나 포기하게 된다. 수익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2023년 메모리 업계 전체가 이런 상황을 겪었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과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결국 메모리 업계 전체의 투자가 사실상 완전히 중단됐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상황을 만든 토대다. 투자 중단 → 공급 부족 → 가격 급등의 악순환 구조다.
마이크론의 가이던스에 등장한 'SCA'(공급 확약 계약)라는 용어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메모리 기업들이 장기 공급 계약을 강화하는 추세라는 뜻인데, 이는 과거와 다른 전략이다. 선급금은 물론이고, 장기간 정해진 가격으로 공급할 의무를 고객사에게 요구하는 것. 공급사 입장에서는 과거의 극단적 가격 압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결국 메모리 시장의 '갑을 관계'가 역전된 셈이다. 침체기에는 구매사가 강했다. 가격을 극단적으로 깎아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공급 부족으로 넘어가자 상황이 반전됐다. 지금은 공급사가 장기 계약과 공급 확약으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중이다. 이 악순환은 메모리 산업의 숙명처럼 반복되는 건 아닐까. 호황기에 구매사가 보복적 압박을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 커뮤니티 요약 (아래는 클리앙 커뮤니티 게시물의 요약이며, 팀쿡·마이크론 CEO의 1차 발언 직접 인용이 아님)
메모리 제조 업체들이 막대한 가격 인상 부담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 있다. 지나친 가격 압박으로 인해 회사의 매출 총이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이는 설비 투자 의욕을 완전히 떨어뜨렸습니다.
원본 출처: 클리앙 모두의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