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해안 지역 출신의 친지들이 있었다. 그 덕분에 어린 시절엔 갈치를 넣은 독특한 김치를 자주 집에서 맛볼 수 있었다. 그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신선한 해산물인 갈치를 발효 과정에 넣어 감칠맛을 내는 방식을 오랫동안 이어온 터였다. 다른 지역의 표준적인 배추 김치와는 다른, 바다의 풍미가 물씬 풍기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당시 어린 눈에는 갈치의 외형이 영 탐탁지 않았다. 식감도 거슬렸다. 결국 갈치는 조심스럽게 빼내고 그 주변 김치만 골라 먹는 버릇이 생겼다. 이렇게 수십 년이 흘러갔다.
얼마 전, 우연히 그 갈치를 넣은 김치를 다시 집어 들었다. 어린 시절 이후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랜만의 재회였다. 입안에 넣는 순간, 머리에 떠오른 반응은 단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게 정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나 싶으면서도, 동시에 어린 날의 거부감이 왜 생겼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였다. 세월이 만들어낸 미각의 성숙함이 한 입의 감칠맛으로 느껴지는 경험이었다. 단순히 음식이 맛있어졌다기보다는, 이제는 그 맛의 가치를 비로소 알게 됐다는 깨달음이 가슴을 채웠다.
이날 저녁, 글쓴이는 꽤 무겁고도 자극적인 운동을 해치웠다. 러닝머신에서 열심히 뛰었고, 그 다음엔 야외로 나가 또다시 달렸다. 마지막으로 웨이트까지 소화했으니, 신체는 거의 탈진 수준에 가까웠다. 이 모든 운동을 한 번에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늦게 아이들을 낳은 탓에, 두 아들이 아버지를 의지하는 정도가 대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신체를 계속 움직이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쓴이가 보기에 자녀는 단순한 '자식'이 아니었다. 각각의 영혼을 가진 개별적 인격체였다. 이런 철학은 '영혼에는 나이가 없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아이들을 대할 때도 어른이 어린이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보다는, 타인을 존중하듯 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이것이 모든 관심과 사랑을 거두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숨도 바로 내어줄 수 있을 만큼 깊은 사랑을 품고 있었다. 그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진정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의 지난 시간 중에는 매우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의학적으로 2~3년의 시간만 남겨두고 있던 친구였다. 공식적으로 아무도 그 사실을 꺼내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걸 알고 있었다. 그 친구를 위해 글쓴이가 한 결정은 단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의 바쁜 일상을 전부 내려놓고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3년간 여행을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고 싶던 곳들을 함께 경험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싼 식당도 마다하지 않았고, 좋다고 전해들었던 명소들도 모두 함께 찾아갔다. 그렇게 보낸 3년은, 후회 하나 없이 충만했다고 느낀다.
친구가 떠난 후엔 은행 빚이 남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떻게든 정리되었다. 지금은 그 친구의 유족들과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삶이란 뭔가 하는 질문에, 글쓴이의 답은 명확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창한 의미나 거대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신나게 노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한 유명인이 말한 '인생은 보너스 게임인 것으로 보인다'라는 표현에 깊이 공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태어났으니까 신나게 일하고 놀고 먹고 자면 된다는, 그만큼 소박하면서도 충만한 철학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다. 갈치 김치의 재발견에서 시작된 이날의 단상이, 그런 삶의 태도를 한번 더 확인시켜 주었다.
📌 원문 발췌
갈치 덩어리가 들어있는 김치를 오랜만에 먹어봤는데 어렸을 때 먹은 것과 차원이 다른 감동이 있습니다. 나이 먹고 오랜만에 그 맛을 수십 년 만에 다시 느껴봤는데 이렇게 맛있는 것이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