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얘기만 한다고 타인을 비판하던 나였다. 온라인에서 보는 여성들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남미새"라는 표현을 썼고, 그렇게까지 남성에 집착할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문득 내 실제 친구 관계를 되짚어보니 이상한 지점이 눈에 띄었다.

찐친이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만날 때다. 얼마나 오래 못 봤는지, 요즘 뭐하는지를 나누는 것까지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대화는 거의 항상 한 방향으로 수렴한다. 아이돌의 행보, 드라마의 남주인공, 직장이나 주변에서 만난 특정 남자, 헤어진 전남친, 현재 사귀고 있거나 사귀고 싶은 사람까지. 돌고 돌아서 결국은 "남자"라는 소재로만 시간이 흐른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 자기 혐오에 가까운 불편함이 밀려왔다. 남미새라고 욕하던 내가 정확히 그 범주에 속해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질문도 생겼다. 이게 정말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여성들이 친밀감을 나누는 방식 자체에 내재된 구조일까.

친구들과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공통 관심사를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성 중심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 같다.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건 결국 그 아이돌의 외모와 매력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는 건 남주 배우의 매력에 대해 나누는 것이 된다. 심지어 직업이나 취미 같은 다른 소재를 꺼내도,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 즉 남자에 관한 이야기로 쉽게 전환된다. 친밀한 대화의 소재가 의도치 않게 남성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엔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대화 문화 전반에 깔려 있는 패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가 나쁜 것도 아니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든 것도 아닐 수 있다. 그저 친구들과 유대감을 느끼려고 할 때 가장 쉽게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소재가 남성에 관한 것일 뿐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미새라는 표현으로 누군가를 비판할 자격이 나한테 있나. 오늘 친구를 만날 때도 누가 먼저 남자 얘기를 꺼냈든, 결국 나도 그 흐름에 따라갔을 테니까. 자기 객관화의 불편한 웃음이 나왔다.

이 글의 주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만나면 남자 얘기만 한다", "그걸 깨달으니까 더 불편하더" 같은 의견들이 나타나곤 한다.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다른 주제를 꺼내려고 노력하는 건 어떨까" 같은 제언을 하기도 한다. 많은 여성들이 이 대화 패턴을 인식하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 흐름에 따라가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결국 이 글이 포착한 것은 단순한 개인의 성찰이 아니라, 여성 친목 문화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대화 습관의 문제다. 누군가를 "남미새"라고 부르며 비난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 패턴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구조를 조금씩 바꿔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남긴다.


📌 원문 발췌

나도 욕하고 안좋게 생각했는데 문득 돌아보니까 찐친들하고 만날 때 돌고돌아 결국 남자 얘기밖에 안 해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