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포착되는 어떤 패턴이 있다. 카페에서 시작된 대화, 밥을 먹으며 나누는 말들이 진행되다 보면 자꾸 같은 방향으로 향한다. 한 익명 게시판의 글쓴이가 올린 게시글에서 건져 올린 것이 바로 이 감각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팬덤 얘기, 드라마 로맨스물의 남배우 얘기, 친구들의 남자친구 얘기, 전 남자친구와의 추억까지. 출발점은 서로 다르지만 도착점은 늘 한 곳인 것으로 보인다. 남성이라는 한 명의 인물에 대한 언급. 아무리 다양한 형태로 위장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글쓴이가 처음엔 타인을 비판하는 입장에 있었다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남미새"라는 표현은 남성 중심적 담론에 빠져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하는 여성들을 낮추는 의미로 커뮤니티에서 자주 사용된다. 그리고 그 표현을 접했을 때 이 글쓴이는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사람들의 그러한 패턴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판은 쉬웠다. 남의 문제를 발견하고 지적하는 일은 항상 편하니까.
그런데 돌이켜보는 순간 거울이 되었다. 자신의 친구 관계, 만남의 시간들을 떠올려봤을 때 정말로 같은 패턴에 빠져 있었다. 할 얘기가 있어야 다른 주제로 넘어가지 않을 텐데, 무언가 자꾸 남성 인물로 수렴된다. 아이돌 정보든, 드라마 감상이든, 지인 관계사든 — 모두 남성이라는 한 개의 축 위에서 회전한다. 타인을 향해 던졌던 비판의 손가락이 정면으로 자신을 향한다. 당혹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것이 단순한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의 관심사가 특정 방향으로 수렴하는 현상은, 사회화 과정 속에서 오래도록 만들어진 것일 가능성이 있다.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남성 연예인이 점유하는 위상, 대중 미디어가 재현하는 로맨스 중심의 서사, 일상 관계 속에서 남성의 존재가 갖는 무게 — 이런 것들이 결국 당신의 입을 열 때마다 자동으로 그쪽으로 향하도록 하지 않았을까. 비판의 대상이 개인의 심성이라기보다는 구조 자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이 공감을 얻는 이유는 명확하다. 남의 결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태도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비판과 자기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 "내가 다를 줄 알았는데"라는 순간의 솔직함. 그것이 바로 이 글쓴이가 건드린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 "남미새"라는 말을 쓸 때의 우월감과, 자기 자신에게 그 말을 적용해봤을 때의 어색함. 그 모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본다.
혹은 이 글이 읽을거리가 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익명 게시판이라는 공간 자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성 속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불편한 진실을 털어놓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고백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비판의 우월함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의 당혹스러움. 그것이 바로 이 글쓴이가 공유한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일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찐친들하고 만날때 돌고돌아 결국 남자얘기밖에 안해. 아이돌, 로코 남주, 친구 남친 전남친.
원본 출처: 인스티즈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