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유명한 이야기 하나가 있다. 야곱이 형 에서에게 팥죽 한 그릇으로 장자권을 건네받은 장면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팥죽, 팥알이 동동 떠 있고 고소한 그 음식이 아니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성경의 무대는 중동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그 지역에는 팥이 자라지 않았다. 원문에서 나오는 음식은 렌틸콩으로 만든 스프였을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 이삭의 축복을 받기 위해 야곱이 이용한 음식이 렌틸콩 스프였다는 해석인데, 이는 한국 기독교 전통에서 팥죽으로 알려진 것과는 꽤 다르다.

왜 '팥죽'이 되었을까. 개화기 선교사들이 성경을 한국어로 번역할 때 당시 한국에 없던 렌틸콩을 익숙한 개념인 팥죽으로 옮겨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붉은색 콩으로 만든 국물 음식이라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단어의 번역이 성경의 내용과 맥락을 얼마나 다르게 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렌틸콩은 현재도 중동과 인도 식문화의 중심인 것으로 보인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포만감이 크다. 여러 야채와 육수를 넣어 끓인 스튜 형태로, 한 끼 식사로 충분할 정도로 든든하다고 한다. 그래서 극도로 배고픈 에서가 이것을 원했던 맥락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야곱의 진짜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형뿐 아니라 아버지까지 속였다. 어머니 리브가와 짜고 곰의 가죽을 입은 다음 눈 어두운 아버지 이삭에게 접근해서 형인척 축복을 빼앗았다. 가족을 이용해 축복을 '도둑질한' 야곱의 첫 범죄가 여기서 비롯된다.

하지만 빼앗은 것만큼 빼앗기는 인생이 이어진다. 형의 분노를 피해 외삼촌 라반에게 도망친 야곱은 거기서 뒷통수를 맞는다. 결혼할 라헬이 아닌 언니 레아와 사기 결혼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어머니 리브가는 그곳으로 떠난 아들을 다시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사랑했던 어머니를 영영 잃는 비극이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 후로도 야곱의 삶은 계속 상처를 입는다. 간신히 라헬과 결혼했지만, 라헬은 막내 베냐민을 낳다가 죽는다. 가장 사랑했던 아내의 죽음인 것으로 보인다. 야곱은 그 슬픔을 아들 요셉에게 집중한다. 요셉을 편애하게 되는데, 이는 형제 간의 시기와 질투를 키운다. 결국 요셉은 형들에게 팔려 이집트로 팔려가고, 야곱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 죽었다고 믿게 된다.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의 절망 속에서 세월을 보낸다.

훗날 이집트 총리가 된 요셉이 막내 베냐민을 인질로 잡자, 노인이 된 야곱은 거의 정신착란 직전까지 간다. 말년에는 자신의 아들이 첩을 차지하는 일까지 겪는다. 힘 없고 비참한 노년을 보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축복을 빼앗기 위해 가족을 속였던 야곱은 이후로 속임을 당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을 모두 잃거나 빼앗긴다. 인과응보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빼앗은 축복이 과연 행복을 주었는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다만 이야기의 끝은 다르다. 말년의 야곱은 장자인 첫째와 둘째를 제치고 넷째 아들 유다에게 특별한 축복을 내려준다. 유다가 가장 선량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축복은 '왕의 지팡이가 유다를 떠나지 아니하고, 지휘봉이 다리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며, 참으로 그 자리를 차지할 분이 와서 만 백성이 그에게 순종하게 될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훗날 유다의 자손 중에는 인류의 역사를 바꿀 위대한 인물이 탄생한다. 기만과 상실로 점철된 야곱의 삶이 마지막 축복을 통해 다시 한 번 의미를 갖는 순간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성경에 야곱이 에서에게 팥죽 한 그릇으로 장자권을 샀다, 라는 이야기가 유명하긴 한데 사실 성경에서 나오는 팥죽은 우리가 아는 새알심 동동 띄운 팥죽이 아님 진짜 장자권 스틸할 때 쓴 스프는 '렌틸콩 스프' 임.

원본 출처: 루리웹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