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유튜브 채널에서 올린 한 영상이 익명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낳았다. 콘텐츠 제작자는 영상 속에서 정치 상황을 설명하면서 단호히 "뇌피셜"이라고 선을 그었다. 근거 없는 추측이라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영상은 그냥 "근거 없는 말"일 뿐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본 커뮤니티 이용자는 "이제 이해가 간다"는 반응을 남겼다. 마치 오래전부터 무언가가 막혀 있다가 뚫린 기분이라는 뉘앙스였다. 왜 "뇌피셜이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생겼을까.
주장의 골자를 보면, 정치 내부 갈등의 원인을 특정 세력들에 귀속시키는 구도였다. 관련 인물과 집단 몇 개를 나열하고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식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제작자 자신이 애초에 "뇌피셜"이라 명시했으므로, 정상적이라면 시청자도 이를 검증 불가능한 추측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에서는 "설명이 되네", "이제 이해가 간다"는 반응이 모였다.
심리학적으로 이 현상을 해석하면 서사의 완성도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실 여부가 아니라, 앞뒤가 맞는 이야기에 우리 뇌는 일단 끌린다. "A 때문에 B가 되고, B 때문에 C가 생겼다"는 식의 인과관계가 명확하면, 그것이 사실처럼 느껴진다. 특히 불안이 높을 때 이 효과는 더 강해진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렇게 설명하면 납득이 간다"는 감각 자체가 우리에게는 일종의 안도감을 준다.
이 반응의 진짜 정체를 드러내는 대목이 있다. 글쓴이의 마지막 문장인 것으로 보인다. "제발 아니길 바라긴 하지만요." 여기서 우리는 이 이용자가 그 주장을 믿는 것이 아니라, 불안해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만약 그 추측을 확신했다면 "이게 맞는 것 같다"는 확신의 표현이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니길 바란다"는 것은 "혹시 모르니까, 이렇게 설명되는 게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의 투영으로 보인다. 즉, 뇌피셜 자체를 사실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 불확실한 정치 상황에 대한 자신의 불안감을 임시로나마 이름 붙일 수 있는 프레임을 얻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근거 없는 추측이 회자될 때는 흔히 두 가지가 동시에 작동한다. 하나는 서사적 납득감이고, 다른 하나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인 것으로 보인다. 뇌피셜이라고 스스로 선을 그은 콘텐츠가 공감을 얻는 현상은 시청자들이 그 추측을 검증된 사실로 받아들였다기보다, 자신의 불안을 일단이라도 설명할 수 있는 틀을 발견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정치 정보 환경이 복잡할수록, 공식 채널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수록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용자들이 공식 설명에 의문을 품고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비록 뇌피셜이라도 "앞뒤가 맞는다"고 느껴지면 일단 기울이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비판적으로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으면서, 동시에 가능성으로서 열어두는 태도가 생긴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 원문 발췌
본인은 뇌피셜이라고 전제하고 말했지만 이 모든 *** 내부 갈라치기 분열의 원인이 아직 ***에 암약해 있는 *** 들의 소행이라고 볼수 있다고 하니 이제 좀 이해가 가네요. 제발 아니길 바라긴 하지만요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