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친구들이 한식을 못 먹으면 많은 한국인들은 한번쯤 "이런 맛있는 걸 왜 못 이해하냐"며 아쉬워하곤 한다. 된장의 깊은 맛, 고추장의 복합성, 김치의 발효 향—이런 풍미들을 설명하면서 한식 문화의 우수성을 자연스레 알리게 된다. 마치 한식이라는 문화재를 외국인에게 설득하는 홍보대사가 되는 기분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음식이 건강하고 우수하다는 인식이 퍼져가면서, 이런 자부심은 더 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에서 지적한 현상인데, 외국인을 안타깝게 여기며 한식을 자랑하던 한국인들 중 상당수는 정작 특정 한식 음식을 마주하면 "나도 이건 못 먹어"라며 뒷걸음질을 친다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은 못 먹으면서 외국인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 모순된 태도가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를 보면, 우리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이중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호불호 음식 앞에선 국적도 문화적 자부심도 소용이 없다는 의미인 것 같다.
호불호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한식들을 추려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대부분 강한 향미를 가진 음식들인 것으로 보인다. 묵은 냄새가 배인 것들, 특정 식재의 독특한 풍미가 집중된 것들, 또는 젖산 발효로 인한 신맛과 향이 강한 것들이 주로 거론된다. 이런 음식들은 어릴 때부터 먹어 온 사람에게는 편안한 익숙함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강렬한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성장 환경에서 반복해서 경험한 맛은 뇌에 강하게 인코딩되어 수용하기 쉬워지지만, 처음 마주한 낯선 맛은 뇌가 위험 신호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것이 과학적인 설명인 것으로 보인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개인의 미각은 타고나는 것보다는 만들어지는 것에 가깝다. 유년기의 식경험, 가정에서 상 위에 올랐던 음식들, 어머니 손맛의 기억—이 모든 것이 축적되어 현재의 취향을 형성한다. 때문에 같은 한국인이라도 그 음식들을 어렸을 때부터 먹었는지, 아니면 성인이 되어 처음 접했는지에 따라 호불호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호불호가 단순히 외국인만의 반응이 아니라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내부에서도 현저한 차이가 난다. 같은 한 음식을 놓고도 "이건 내 소울푸드"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건 진짜 못 먹겠어"라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람이 같은 비중으로 존재한다. 이는 음식 선호도가 결국 국적이나 문화 정체성 같은 큰 범주보다는, 개인의 경험과 성장 배경, 감각적 기억에 훨씬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이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우리가 문화적 자부심과 개인적 취향을 얼마나 일관성 없이 오가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한식을 거부할 땐 "이해 부족"이라 여기면서도, 자신이 거부할 땐 "개인 취향"으로 설명한다. 이는 역으로, 우리 자신의 취향도 충분히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문화적 자부심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미각과 선호도까지 억압하거나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인 것으로 보인다. 호불호는 개인의 것이고, 그것을 기꺼이 인정하는 것에서 진정한 문화 이해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
📌 원문 발췌
'이 맛있음을 모르는 외국인이 불쌍해' 하던 한국인들 중 절반가량은 '나도 이건 못먹어' 하고 뒷걸음질침
원본 출처: 더쿠 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