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라는 단어 하나가 만드는 현실의 왜곡. 한 익명 게시판 글쓴이의 문제 제기가 커뮤니티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를 살펴본다.
최근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게시글이 있다. 글쓴이는 대통령이 갈등 상황에서 "싸우지 말고 경쟁을 하라"는 발언을 했을 때 느낀 혼란을 기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엔 사소한 언어 지적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 반응은 이것이 단순한 단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다.
경쟁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본래 의미를 생각해보자. 경쟁은 프로듀스 프로그램이나 오디션, 스포츠 경기 같은 상황에서 쓰인다. 이 구조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동등한 출발선이 있다고 가정한다. 정해진 규칙이 있다. 승자가 객관적 기준으로 결정된다. 참여자들은 (이론상) 비슷한 조건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겨룬다. 즉, 게임인 것으로 보인다. 게임의 로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적 갈등은 게임이 아니라는 점이 글쓴이와 커뮤니티가 포착한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권력의 위계가 존재한다. 한쪽은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한쪽은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대칭적이지 않다. 처한 상황이 처음부터 전혀 다를 수 있다. 한쪽이 자원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을 수 있고, 한쪽이 더 많이 잃을 수 있다. 이런 구조적 비대칭을 동등한 경쟁의 틀로 치환하려는 시도에서 언어의 왜곡이 생긴다는 지적이 있다.
흥미롭게도 커뮤니티의 반응은 매우 직관적이었다. 사람들은 이 발언을 보고 "마치 프로듀스 나온 것 같거나 오디션 같다"는 비유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비판 댓글에서도 "픽미 픽미" 같은 오디션 용어들이 튀어나왔다고 한다. 사람들이 '경쟁'이라는 단어가 상황을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만드는지를 직관적으로 포착했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현실과 언어의 괴리가 너무 크면, 사람들은 그 괴리를 풍자로 표현한다. 오디션에 참가한 지망자들과 심사위원장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색한가? 권력 관계가 다른 두 주체가 동등한 게임을 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가? 커뮤니티는 이를 풍자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경쟁' 논리로 정치 갈등을 틀에 맞추면 무엇이 가려지는가? 문제의 본질인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 부조화, 권력 불균형, 대칭성 없는 이해관계. 이런 것들이 가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커뮤니티는 지적한다. 대신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규칙을 잘 따르지 못한 것"으로 읽혀질 여지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점 자체가 달라진다. 구조를 개선하려는 시도 대신 개인의 노력을 촉구하는 쪽으로 포커스가 옮겨진다는 게 핵심 지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글쓴이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언어 비판을 넘어선다. 정치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떤 단어가 선택되는가가 현실을 어떻게 틀 짓고 제약하는지를 보여준다. 한 단어의 선택이 문제의 전체 구도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경험담인 동시에, 언어의 힘과 위험성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는 평가다.
📌 원문 발췌
싸우지 말고 경쟁을 하라니, 아니 거기에 경쟁이 쓸 단어예요?
원본 출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